지난 일 년도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참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불법이나 체납세금 1도 없고 노동하지 않은 결과물 또한 바라지 않아 로또 복권이나 주식조차 하지 않으니 오직 내 노동으로만 살고자 한 반시대적인 고집이다. 올곧은 삶을 지향한 길이 가난으로 향하는 길이라도 양심과 도덕을 거스르지 않으니 스스로 만족한 삶이다.
그런데 요즘 성숙하지 못한 정치계를 보며 비탄에 잠긴다. 정치판의 그 저급한 민낯을 보고 아연실색할 뿐이다. 늘 등장하는 사상 이데올로기, 그 작전이 미끼인지도 모르고 덥석 무는 순진무구한 국민, 언제까지 이 저열한 방법이 통할 것인지, 점점 수단화 되는 이 슬픈 현실이 차라리 드라마이길 빌어본다.
늘 되풀이되는 이 현상은 점점 큰 정치 게임으로 변질되고 애꿎은 국민은 하고많은 날 이런 뒷설거지로 왜 고달파야 하는가? 현명하지 못한 양쪽 수장 때문에 국가는 무정부 상태로 돌아가고 대외적인 대한민국의 위신은 밑바닥을 치는 데도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으니 그들 안중에 그들이 입버릇처럼 추앙하는 국민이나 국가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시시때때로 국민을 선동하여 여 편, 야 편 분열시키니 이 땅의 정치 선진화는 참으로 요원하다. 이데올로기를 이용한 저급한 정치 수법이 계속되는 한 한반도 정치 선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손바닥은 혼자 울지 않는다. 어쨌든 이 사태를 불러온 양 정당 모두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을 넘었다.
이제 시민으로 성장한 우리 국민은 용의 권력에 묵묵히 순종하는 사막의 낙타가 아니다. 사막으로부터 멀리 진화한 정글의 사자, 용의 명령에 아무 때나 순종하는 낙타가 아니라 부도덕한 것에 거친 이빨을 드러내는 사자이다. 사상이 건강한 시민은 걸릴 것이 없으니, 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다만 모두가 정의라고 규정한 그 보편 도덕과 기준에 따라 존중하고 저항할 뿐이다. 나무를 만나면 식물 도덕으로 존중하고 쇠를 만나면 동물 본능으로 대응하며 하늘의 법과 자기검열에 철저한 이를 책으로 삼고 대우한다.
이번 정치권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제 다만 1인 왕국의 디오게네스처럼 알렉산더대왕 앞에서도 햇빛 받을 자유만을 호기롭게 요구하는 초월자의 삶을 살아야 할까. 제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다 보면 먼 훗날 통치자 없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이 도래할까. 턱없을 이상 국가를 꿈꾸며 오열하는 아침, 책장에서 시집 한 권을 꺼내 마음을 다스린다.
어째서 너와 나의 말들이
꽃이 되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 것이냐
입속에 담은 말의 씨앗들이 가슴에 떨어지고
귓속의 말들도 잔잔한 바람으로 꽃들을 키워내는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세상에 가득하면 좋겠네
-최성규, 「말도 안 되는 말」 부분, 『보고 싶다는 말은 아주 먼 곳에서 오는 말이다』
검은 말들이 날뛰는 요즘, 말도 안 되는 일들에 꽃을 피우는 가난한 시인의 삶에서 흰 몸을 찾는다. 이제 때 묻지 않고 싶은 새해이다. 최 시인처럼‘사는 동안 거짓말 하지 않는 꽃과 짐승처럼, 사람의 말은 쓸데없다는 묵언 하나만 빼고, 다녀온 길 전부를 지워버린다.’는「배롱에 널어둔 말」을 씁쓸하게 읊조리며 내가 사용할말 그릇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