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우암산 둘레길 `썰렁'
청주 우암산 둘레길 `썰렁'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4.11.10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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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공원~어린이회관
조성 막바지 … 이달 준공
주말 시민들 발길 뜸해
산성옛길은 북적 `대조'
이용 저조 예산낭비 우려
걷고 싶은 길 대책 절실
 주말인 9일 청주 우암산 둘레길에 걷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모습(위). 명암약수터 산성 옛길 나들이객들 모습.
/이형모 선임기자

 

청주의 상징인 우암산에 둘레길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말인 9일 단풍이 한창이고 날씨가 맑고 쾌청해 우암산 둘레길을 둘러봤다. 오전 10시쯤 둘레길의 중간 지점인 안덕벌 삼거리.

울퉁불퉁했던 보도블록을 걷어낸 인도는 잘 정비돼 있었고 안내판과 에어건도 설치돼 있었다. 인도 옆에는 목재 보행데크가 설치돼 걷기 편해보였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산책로에는 걷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아 한산했다. 마침 도로변에 차량을 주차하고 차에서 내린 한 남성은 곧바로 우암산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1시간 가량을 지켜봤지만 산책로를 걷는 사람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등산복에 배낭을 멘 등산객이 대부분이었고 산책하는 사람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산책로를 걷는 사람은 주변 동네에 사는 노인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 뿐이었다.

산책로를 걷던 김모씨(여·70)는 “평일에는 걷는 사람이 거의 없고 주말에만 가끔 걷는 사람이 있다”며 “동네 주민만 걷지 일부러 걸으러 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시민에게 개방한 우암산 둘레길은 충북도가 75억원을 지원하고 청주시가 25억원을 분담해 조성했다. 삼일공원∼우암어린이회관(길이 4.2㎞) 둘레길에 보행데크(2.3㎞), 휴게공간,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친환경 천연목재 데크를 설치해 보도 공간을 확장했고, 둘레길 곳곳에 벤치와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을 설치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전망대 주변에는 특색있는 조형물과 조형 벤치로 이뤄진 포토존을 마련해 많은 시민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둘레길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둘레길이 시작되는 3·1공원 주차장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차량으로 가득차 있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우암산으로 향했고 둘레길을 걷는 사람은 없었다.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학생들을 태우고 3·1공원에 가끔 온다”면서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는 우암산 등산객들이 몰고 온 차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청주랜드쪽 둘레길도 걷는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오전 10시도 되기 전에 어린이회관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찼지만 모두 상당산성을 오르는 등산객 뿐이었다.

차량 통행을 막아 걷는 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명암약수터 산성 옛길도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우암산 둘레길과 대조를 보였다.

청주시는 올해 30억원을 들여 우암산근린공원∼어린이회관 구간(1.9㎞)에 보행데크를 설치했고 화장실, 벤치, 파고라 등의 편의시설을 추가한 뒤 이달 준공할 예정이다.

시민 이모(60)씨는 “청주대학에 다니는 딸이 있어 우암산 둘레길을 자주 가보지만 걷는 사람이 없어 예산낭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편의시설만 설치할게 아니라 사람들이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lhm043@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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