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장
만남의 장
  • 박명자 수필가
  • 승인 2024.10.07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요즘 나는 무릎에 통증이 심하다. 일주일 간격으로 연골주사를 맞고 있는 병원에서 골다공증까지 있다며 수영을 권장했다.

올해 초 개관한 반다비국민체육센터 수영장에 많이들 다닌다는 얘기를 진즉부터 들었다.

수영장 라인은 초급에서 상급까지 강습 라인이 있다.

수영강습은 물론 아쿠아 에어로빅 강습 시간에는 수영장 안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와 강사의 율동을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젊은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함께 즐긴다. 프로그램마다 정원을 채워 접수 못 한 사람들이 늘 대기 중이다.

나도 이 수영장에 다닌 지 두 달 되었다.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친구나 어르신들을 이곳에서 많이 만났다. 반가움에 서로 손을 맞잡고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서로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다. 벽면에 걸린 거울을 통해 본 모습은 더 많이 닮았다.

이곳의 거울은 볼록 렌즈 및 오목렌즈를 통해 보는 것처럼 모두 일그러져 보인다. 나는 왠지 그 거울이 편하다.

친언니처럼 의지하던 분을 걷기만 할 수 있는 라인에서 만났다. 몸이 조금 불편하거나 다리를 수술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수영은 하지 않고 걷기 운동만 한다는 언니는 양쪽 무릎에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했다고 한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짠했다. 육칠십 대와 팔구십 대의 또 다른 언니와 나였다.

가족을 위해 젊음을 바친 우리들은 일인 다역의 역할을 너끈히 해냈다.

사회의 일원으로 개인에게 주어진 무게에 당당히 맞선 사람들이다. 농사를 짓고, 자영업이나 회사원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 현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우리의 몸에는 지난 시간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다. 몸의 이곳저곳 성한 데가 없다. 식사 때마다 약을 한 움큼씩 먹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수영을 마치고 언니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다리뿐 아니라 허리디스크 수술도 했다는 언니는 예전의 씩씩했던 모습은 간 곳 없다.

투병으로 힘겨웠던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새 훌쩍 흘러간 세월을 되돌아본다.

젊은 시절 언니는 참 부지런했다. 시어른을 모시며 직장 다닐 때도 어른들의 점심 식사에 소홀함이 없었다.

냉장고에는 정갈하게 만든 반찬들과 국을 준비해 놓았다. 고추장 된장을 담을 때는 이웃에 사는 독거노인들은 물론 내게까지 나눠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오랜 세월, 우리는 정을 나누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망설임 없이 달려가 손을 보탰다.

그러나 자식들이 커가면서 언니와 나도 직장을 찾아 돈벌이에 나섰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 매여 앞만 보고 달렸다.

숨 가쁘게 달려온 세대 이제 우리는 모두 정년을 맞았다. 열심히 살아온 흔적들 휘어진 허리, 선명한 수술 자국이 훈장처럼 몸에 새겨졌다.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해도 좋을 듯싶다.

굽은 허리를 펴고, 졸였던 마음도 다 내려놓는다.

만남의 장에는 마음을 나누며 옛일을 함께 회상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다. 우리 모두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받듯 몸도 마음도 치유 받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씩씩한 발걸음으로 만남의 장 수영장에 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