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업체 죽이는' 지자체 제안서 평가위원 공모제
`지역업체 죽이는' 지자체 제안서 평가위원 공모제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4.10.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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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진천군 등 행사·사업 타지역 업체 1순위 선정
우호적 평가위원 확보 취약 지역업체 낙찰 가능성 ↓
“공정성 훼손·전문성 담보 못해” … 개선 목소리 비등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제안서 평가위원 공모제의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평가위원 확보전이 심화되면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지역업체들이 고사위기에 직면하는 등 지역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행사 및 사업 관련 제안서를 심사할 평가위원을 공개모집하고 있다.

제안서 평가위원 공모에는 전국에서 수백명이 참여하는 등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신청자들 중에서 평가위원수의 3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제안서를 제출한 입찰참가자들의 평가위원 확보전이 치열해진다. 자신에게 유리한 평가위원을 확보하는 것이 낙찰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안서 평가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평가위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공정한 평가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다.

진천군은 지난 7월 송강문학체험관 전시설계 업체 선정 제안서 평가위원을 전국 공모로 모집했다. 당시 공모에는 256명이 참여했고 평가위원(7명)의 3배수인 21명이 최종 선정됐다. 이중 평가위원 7명을 참가업체들이 선정했다.

진천군은 평가위원들의 평가점수표를 공개했다. 공개된 평가점수표를 보면 7개 참여업체 평균점수가 1위 61.4점, 7위 35.4점으로 무려 26점 차이가 났다. 1위와 2위(43점)간 격차는 18.4점이었다.

업계는 참여업체들 간 평균점수 격차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들간 점수차이는 한자릿수에 불과하다”며 “참여업체들이 많은 시간과 인력, 경비를 투입한 것을 고려할 때 30점에 가까운 평균점수 차이는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평균점수의 큰 편차는 평가위원 확보 여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우호적 평가위원 확보에 취약한 지역업체들이 낙찰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방의 관련업계는 고사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올들어 충북에서는 충북도교육청, 청주시, 진천군에서 행사 및 사업 제안서 평가위원 공모제를 적용했다. 그 결과 모두 서울 등 타지역 업체들이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단양군이 명승문화관 전시설계 및 전시물 제작, 설치 제안서 평가위원을 공모 중이다.

지역관련 업계는 지역업계 고사 우려와 함께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면한다며 제도 개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의 각종 사업을 지역제한이 아닌 전국 공모로 하는 것 자체가 지방자치제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평가위원 공모제는 대기업과 상대해야 하는 지방업체들이 평가위원 확보에서 밀리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제안서 평가위원 공모제 도입은 공정성 훼손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역에서 발주하는 사업은 제안서 공모 지역 제한을 통해 사업 추진 효율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경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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