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 장우성 작품 … 시 “현충사관리소 의뢰”
아산시가 KTX천안아산역 하부공간에 관광홍보물을 설치하면서 친일 화가가 그린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사진)을 그대로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영정은 복식 고증도 잘못돼 지정해제 여론이 높은 작품이다.
10일 시에 따르면 KTX천안아산역 하부공간 기둥 9개에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과 온천욕을 즐기는 세종대왕을 캐릭터로 형상화한 관광홍보물을 설치했다.
시는 내년 온양시·아산군이 통합해 아산시로 출범한 지 30주년을 앞두고, 아산의 관광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관광홍보물 설치를 추진했다. 아산에는 이순신 장군이 영면한 현충사와 세종대왕이 다녀간 조선왕실온천 온양행궁 터가 위치해 있다.
그러나 현충사에 봉안된 이순신 장군 영정은 지난 1953년 장우성 화백이 그린 작품으로 지난 1973년 우리나라 1호 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장우성은 지난 1941년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받은 인물로 일제를 찬양하는 작품을 다수 출품했으며 지난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됐고,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 관계사료집'에도 이름을 올렸다.
표준영정 지정과 지정해제를 심의하는 기구인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도 복식 고증에 명확한 오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10년에 친일 작가 논란, 2017년에는 복식 고증 오류까지 포함해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해제 신청이 있었지만, 문체부는 100원 동전과 교과서 전면 교체 등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혼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려했으며 지난 2020년 6월 다시 한 번 지정해제 신청이 있었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을 시 관광홍보물로 사용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창봉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장은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고 문체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문제”라며 “정작 현충사가 위치한 아산에서 행정기관의 문제의식 부재는 참으로 안타깝다. 가장 중요한 표준영정 지정해제는 관심이 없다. 4·28 행사만 보더라도 외형과 치적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국가유산청 현충사관리소에 의뢰해 받은 것일뿐”이라며 “실제 현충사에 간 것처럼 효과를 내기 위해 표준영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아산 정재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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