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위주 정책 `경고등' … `4%'만 좇다가는 `골병'든다
성장위주 정책 `경고등' … `4%'만 좇다가는 `골병'든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8.13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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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국내총생산 비율 지속 증가 … 마의 `4%' 도전

근로자 근로시간 전국 1위 … 임금총액 비중 되레 10위 추락

지역소득 역외유출 5년간 40조원 … 애써 번 돈 타지로 술술

성장위주 정책 탈피 … 분배·소득주도 경제정책 등 수정 필요

충북경제에 위기의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경제성장률 전국 2위 달성의 이면에 장시간 노동과 전국 하위권 임금으로 눈물짓는 근로자들이 많다. 충북도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 충북경제'의 실상은 지금이라도 경제의 `시그널'을 심각하게 주시하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 같다.

# 30년 만의 전국 최대 비중 3.34%
최근 충북도는 충북도의 역점시책인 `4% 충북경제'의 현실화 가능성을 띄우느라 연일 애를 쓰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지난 2015년 지역내총생산(GRDP)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2010년 기준가격)을 돌파했다.

지역내총생산에서 충북이 차지하는 비중도 3.44%로 지난 1985년 3.38%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충북연구원 등은 지난 2011년부터 관련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이시종 지사 1기 임기가 지난 2010년 7월 1일에 시작됐기 때문일 것이다.

충북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또한 2011년 전국 3위(6.18%), 2013년 1위(7.43%), 2014년 4위(4.75%), 2015년 2위(4.50%) 등 상위권에 올라 있다.

# 근로자 임금총액 비중 오히려 `추락'
그러나 충북도가 충북의 경제가 전국 비중 4%에 접근하고 있다고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사실 도내 근로자의 삶의 질은 전국 최하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2015년 충북의 경제성장률 2위는 근로시간 전국 1위, 임금총액 전국 10위라는 기록과 함께 작성됐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1년 충북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임금총액은 270만5325원으로 전국 평균 287만3716원의 94.1%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2년에는 오히려 92.3%로 낮아지더니 2013년 90.8%, 2014년 90.0%로 떨어졌다. 2015년에야 간신히 91.4%로 반등했지만 전국 평균 대비 소득 비중은 2011년보다 2.7%p나 퇴보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충북 임금총액 순위는 전국 11위였고, 2015년에도 10위에 머물렀다.

# 전국 최장 근로시간이 만든 `경제성장률 전국 2위'
전국 대비 임금 비중만 퇴보한 게 아니다. 근로시간은 5년 동안 오히려 늘어났다.

2011년 충북의 월간 근로시간은 193.0시간으로 전국 평균 187.1시간보다 5.9시간 정도 길었다. 한나절만 더 일하면 됐다.

그러나 2012년에는 전국평균과의 격차가 7.4시간, 2013년 7.2시간, 2014년 8.5시간, 2015년에도 7.6시간이나 됐다. 충북의 근로자들이 전국의 다른 근로자들보다 한 달에 하루 더 일하는 것과 같아진 것이다.

지난 2011년 충북근로자의 총근로시간은 전국에서 6위 수준이었지만, 2012년에 5위, 2013년 3위, 2014년 2위를 찍은 데 이어 2015년 결국 불명예스럽게도 1위에 올랐다.

임금은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근로시간은 더 길어졌으니 전국 평균 대비 시간당 임금도 큰 격차를 보였다.

2011년 1시간당 1만4017원이었던 임금총액은 전국 평균 1만5455원보다 1342원 적었지만 2015년에는 그 차이가 2133원이나 됐다.

# 밑 빠진 충북경제, 5년간 40조원 빠져나가
투자유치 등으로 지역생산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정작 지역에 남는 돈은 없다. 애써 번 돈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충북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시도별 지역총소득 대비 충북의 지역내총생산 비율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117.6%다. 지역에서 생산한 것 중 5분의 1이 다른 시도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역외 유출 소득규모도 크다. 한국은행 충북본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총 유출금액은 39조8000억원이다. 이 기간 서울은 오히려 262조5000억원을 끌어당겼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에는 6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5년에는 8조8000억원이 됐다. 2년 새 2조원이나 더 빠져나간 것이다.

지역소득의 역외유출의 대표적인 게 대형유통기업들이다. 본사가 충북에 있지 않고 본사로 돈을 송금하기 때문이다.

# 성장위주 경제정책 바꿔야
이처럼 `전국경제비중 4%'라는 맹목적인 성장위주 경제정책은 `최장시간 근로, 상대적 저임금'이라는 현상을 외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대신 분배위주, 소득주도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영훈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확정 GRDP로 살펴본 충북경제의 특성분석'에서 “분배구조 개선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 및 소비심리 회복을 도모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의 확대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에 노출될 수 있는 중소기업, 영세 소상공인, 일용근로자 등 서민 피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졈이라고 밝혔다.

최윤정 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앞서가는 지자체들은 성장보다 분배,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을 고민한다”면서 “GRDP 성장률은 높아졌는데 충북도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충북에서 생산된 부가 외부로 빠져나가 지역내에서 순환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정책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태희기자
antha@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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