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나들며 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1997~1998년)나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 급등했던 환율 수준에 근접한 이 수치는 단순한 대외 변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 뉴욕 증시마저 급락하며 전 세계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의 상호 작용은 한국 경제를 한층 더 깊은 복합 위기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1400원대 환율은 우리가 이미 두 번이나 경험한 ‘위기의 문턱’을 상징한다. IMF 외환위기 당시 환율은 1900원대까지 치솟아 국가 부도 위기를 겪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도 환율은 1500원 안팎으로 급등하며 수출·내수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현재의 고환율 국면이 미국 증시 폭락이라는 글로벌 충격까지 더해진다면 심리적 공포감과 정책적 압박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한국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국회와 행정부는 정책 추진력에서 한계를 보이고 정치 갈등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미국 증시 폭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부상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정치적 리스크)을 더욱 높게 책정할 것이다. 그 결과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기업·가계 모두에게 부담을 안긴다.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초기대응이 늦거나 불투명했을 때 시장혼란이 가중되었다는 공통된 교훈을 남겼다. 이번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신속하고 일관된 정책대응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탄핵정국이 장기화한다면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화하고 정책결정 지연과 소통부재로 인해 환율과 금리, 물가 등 거시지표 전반의 부담이 커질 우려가 크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높아지고 중소기업·소상공인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맞춤형 금융지원, 물가 안정 대책 등을 속도감있게 추진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환시장 대응뿐만 아니라 재정정책, 통화정책, 금융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고환율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조정을 검토할 때 내수·물가·환율 상황을 균형감있게 고려해야 하고, 정부 역시 서민경제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 절차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마무리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정치권 또한 탄핵 절차와 별개로 경제 안정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과 합의해야 한다.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강화하고 한국은행과 정부는 긴밀한 공조를 통해 환시 개입 로드맵을 투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증시 폭락으로 인한 국제금융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재정·금융 정책이 조화롭게 구사되어야 하며, 국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실효성있는 물가 관리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지원책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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