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영하의 찬 기운이 스멀스멀 외투를 뚫고 침투한다. 밤새 얼어붙은 차는 갈 준비가 안 됐는데 기어코 악셀을 밟아 억지로 출근을 한다. 도로에 나 같은 조바심난 직장인들이 동동거리는 마음으로 신호를 기다린다. 출근해서는 노트북이, 인터넷이 말썽이다.
왜 이렇게 바쁘고 정신이 없나… 고요하고 싶다.
고요의 사전적 의미는 조용하고 잠잠한 상태. 풍력 계수 0의 바람이 없는 상태다. 주5일제 시행 이후 겨울 방학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졌고 봄방학 없이 졸업과 종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져 1월 중반에서야 방학에 들어가는 학교도 많다. 예전 같으면 학기가 마무리되고 잠잠해졌을 12월 중순은 성적처리, 축제, 창체 활동 마무리에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너무너무 바쁘다.
자연이 우리에게 휴식과 명상의 계절을 선사했음에도 우리는 *스불재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 12월은 거의 주말과 휴일까지도 근무했고 주차가 걱정이라 차는 남편이 일찍 받아 가고 집에는 걸어 들어간지 2주가 넘었다. 겨울 방학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겨울엔 학교를 나가야 하고 차가 있어도 한밤엔 걸어야 하는 이 생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오늘은 유독 고요라는 단어가 참 영롱하고 아름답고 절실하게 느껴진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캐럴은 종교성이 짙은 전례 음악이다. 그래서 기독교나 개신교의 전례 시기에 맞춰 대림절 캐럴, 성탄절 캐럴 등으로 불린다. 우리가 잘 아는 캐럴은 성탄절(예수 그리스도 탄생을 축하하는 절기에 연주하는 캐럴)이며 현대에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연말 연시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즐기기 위해 듣고 부르는 음악으로 이해된다. 몇 해 전부터 이런 분위기도 저작권 문제로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거리에서 형형색색의 조명과 트리 장식 사이를 거닐머 캐럴이 울려퍼지는 분위기는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니... 올해는 더 바라기 힘든 형국이기도 하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에서는 음악으로 종교적 메시지 ‘다시 전하기’를 실천하면서 캐럴 등 음악을 모국어로 번역하여 전파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위키백과) 음악은 의미를 담을 수 있고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종교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그 역사나 음악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음악은 매우 유용한 매개체가 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잘다 /아기 잘도 잔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광이 둘린 밤/ 천군 천사 나타나 /기뻐 노래 불렀네/ 왕이 나셨도다 /왕이 나셨도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동방의 박사들/ 별을 보고 찾아와/ 꿇어 경배드렸네/ 왕이 나셨도다/ 왕이 나셨도다.
세계를 구원할 구세주의 탄생을 기뻐하고 영광스럽게 여기며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노래에 어울리게 6/8박자의 잔잔하고 움직임이 적은 리듬과 반복되는 선율이 안정감을 준다.
캐럴은 매일이 치열한 현대인에게 종교적인 의미를 제하더라도 심리적인 안정과 잠잠히 생각할 여유를 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 연금이라고 불리는 댄스풍의 크리스마스 캐럴도 좋지만 유럽을 기반으로 한 크리스트교의 캐럴도 찾아 감상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