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을 꿈꾸며
비상을 꿈꾸며
  • 박명자 수필가
  • 승인 2024.11.25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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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커튼이 걷히자, 조명이 켜지고 6인조 밴드가 포문을 열었다. 악기를 다루는 능숙한 솜씨, 두 소녀의 노래와 어우러져 장내를 사로잡았다. 그중 일렉트로닉 기타리스트의 현란한 손놀림과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기를 띄우는 손주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연주와 노래가 서로 화음을 이루기까지 많은 연습의 시간을 짐작게 했다. 발표회는 우렁찬 밴드의 열림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학생 세 명으로 구성된 사회자들의 재치 발랄한 목소리가 장내를 정돈했다. 이어 열리는 공연에서 가족 관객들은 초등학생들의 실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은 만큼 화려한 실력에 연방 탄성을 터트렸다.

난타, 우쿨렐레, 바이올린, 컴퓨터 드론 쇼 등의 무대를 꽉 채웠다. 벨리댄스 무대에 유난히 작은 아이 한 명이 내 시선을 끌었다. 올해 한 명뿐인 유치원생이라 했다.

시골 학교에 학생이 적어 문 닫는 학교가 많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그런데 아들 내외는 손주가 일곱 살이 되자 `비상초등학교' 근처로 이사했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는 부모도 많은데, 입학생이 8명뿐인 시골 학교로 들어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입학한 그해 겨울부터 예상치 못한 전염병이 창궐했다. 전국의 도시 학교는 일제히 학생들의 등교를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전염병이 주춤하자, 전교생이 53명인 비상초등학교 학생들은 등교해 철저한 위생 수칙을 지키며 오프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운동장을 달리며 축구로 몸을 다지고, 방과 후 수업으로 방역관리 아래 관심 있는 취미에 실력을 쌓아 갈 수 있었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바둑, 드론, 우쿨렐레, 바이올린, 컴퓨터, 베드민턴 등등의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한다. 도시 학교라면 개인 교습이나 학원을 통해 배워야 할 귀한 특별활동이다.

자녀 교육에 열정적인 도시 부모들이 외면하는 작은 시골 학교. 그런데 학생 수가 적은 덕분에 섬세한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니, 손주가 입학할 때 잠시 염려한 내 생각은 기우였다. 학생 오육 명에 선생님 한 분, 아이들은 이렇게 개인 교습이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배운 실력을 오늘 부모님들에게 자랑하고 있다.

발표회의 백미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펼치는 드론 쇼였다. 노트북으로 조정하는 드론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5·6 학년은 정규수업으로 드론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짜고 노트북에 입력하여 실행하며 미래를 꿈꾼다. 아이들의 재능을 뒷받침하는 학교에 무한 신뢰가 갔다.

전교생이 펼치는 멋진 무대를 보면서 그동안 무대에 오르기까지 호흡을 맞추고 서로 보완하며 긴 시간 노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이들은 모두가 반짝이는 보물이다. 아이들의 잠재 능력은 무한하다. 각자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들로 성장하길 바란다.

운동장의 우람하고 싱그러운 나무처럼 가슴에는 비상을 꿈꾸는 비상초의 멋진 꿈나무들을 향해 이 할미는 힘껏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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