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성 초점 맞춘 작품 아니어서 독특 … 본능에 끌려 선택”
배우 공유(43)는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걷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스타 배우로서 가야 하는 길, 다른 하나는 공유 자신이 원하는 길이다. 그가 선택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구분이 괜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커피프린스 1호점' `도깨비' `부산행' 같은 작품에 나오면서 동시에 `도가니' `82년생 김지영' `서복' 같은 영화에 나온다. 앞에 세 작품이 흥행을 내세운 스타의 길이라면, 메시지가 강렬한 뒤에 세 작품은 인간 공유의 길인 것 같다.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감독 최항용·극본 박은교)는 공유의 두 가지 욕심을 모두 채워주는 작품인 것처럼 보인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SF드라마이며 그것을 넷플릭스가 선보인다는 점에서 스타의 선택 같고,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윤리적 메시지를 보면 공유 개인의 바람이 녹아들어간 것처럼도 보인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그를 만났다. 공유는 `고요의 바다'를 “공상과학물이지만 인문학적”이라고 했다. 공유의 이 대답은 그가 가려는 두 가지 길이 이 작품에 모두 담겼다는 걸 요약해주는 것 같았다.
공유가 `고요의 바다'에서 맡은 역할은 `한윤재'. 지구의 물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달로 급파된 팀의 대장이다. 전 지구적 물 부족을 해결한다는 임무를 갖고 공무를 수행하는 직업인인 동시에 아플 딸을 치료하기 위해 반드시 물이 필요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제 한윤재는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인간들이 달에서 저지른 비윤리적 행위를 목격한 뒤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바로 이런 지점이 있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로 갔는데, 그곳에서 물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된다는 아이러니가 매력적이었죠. 대원들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인류의 희망이면서 금단의 열매가 되는 이 관점, 이 양면성, 이 모호함이 좋았습니다.”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으레 그렇듯 오락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어서 오히려 독특하다. 호흡이 느리고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이다. 재미도 재미이지만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 강하다. `생존을 위해 우리가 얼마만큼의 비윤리성을 감당해야 하는가.' 물론 이 작품의 이런 진지한 면 탓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도 있다. 공유는 “언제부턴가 제가 맡을 역할의 크기보다는 내가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나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가 작가나 감독은 아니지만 내 얘기를 하고 싶다는 본능이 있고, 그 본능에 끌려 작품을 고른다”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