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치료시기 놓치면 태아·산모에 치명적
산모 혈액검사로 임신중독증 감별·치료해야
#. 김모(36)씨는 임신 중기 산전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혈압이 높다거나 단백뇨(소변내 단백질)가 검출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설사를 동반한 두통과 근육통이 생겼고, 며칠 후 구토와 고열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다. 김씨는 진찰 결과 임신중독증(전자간증) 진단을 받아 대학병원으로 급히 이송됐고 응급제왕절개 수술로 분만을 했다.
임신 중기(4~7개월)는 보통 입덧 등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안정되는 시기다. 하지만 임신 중기라고 해서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 임신 중기 태아가 눈에 띄는 성장을 하면서 다리부종, 허리통증 등을 호소하는 산모들이 많다. 임산부들이 놓치기 쉬운 임신중독증 증상들과 예방법 등을 정리해봤다.
# 임신중독증 산모 최근 4년간 45.7% 증가
임신중독증은 임신 20주 이후 나타나는 고혈압성 질환이다. 임신 전 정상이던 산모의 혈압이 90/140㎜Hg 이상으로 올라가는 증세로 고혈압 뿐 아니라 단백뇨가 동반된다. 고혈압 증세만 나타나는 임신성 고혈압과는 구분된다.
임신중독증은 `3대 산모 합병증' 가운데 하나로 불릴 정도로 흔하게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 해 1만여명 이상의 산모가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을 방문한다. 최근 4년간(2014~2018년) 환자 수는 45.7% 증가했다.
현재까지 임신중독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역시 다양하다.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첫 임신이거나 35세 이상인 경우, 쌍둥이를 임신했거나 비만인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 밖에도 임신중독증에 걸린 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고혈압, 편두통, 제1형 또는 2형 당뇨병 등의 질환이 있는 산모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임신중독증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산모는 온몸이 퉁퉁 붓는 부종, 급격한 체중 증가, 발작, 콩팥 이상, 폐부종과 같은 증세가 나타나고 태아에게는 저체중, 조산, 태반 조기 박리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 산모 혈액만으로도 임신중독증 확인 가능해
이처럼 임신중독증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전예방과 조기진단이 필수다. 정기적으로 산전 검진을 받고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나는 산모는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임신중독증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임신중독증 검사란 산모의 혈액 속 혈관 생성 억제인자(sFlt-1)와 혈관 생성 촉진인자(PlGF)의 농도를 측정하는 검사다.
sFlt-1·PlGF 농도는 임신중독증에 걸린 경우 임신성 고혈압이나 만성 고혈압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임신중독증에 걸린 산모를 감별할 수 있다. 또 측정된 농도를 바탕으로 산모가 향후 4주 내 임신중독증에 걸릴지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산모의 혈액 만을 채취해 임신중독증을 확인하기 때문에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전하다.
검사 결과 고위험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받은 산모는 출산 전문 병원으로의 옮겨 산모와 태아의 사망률을 20% 가량 낮출 수 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태아의 폐 발육을 돕거나 황산마그네슘을 처방해 자간증을 예방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도 가능하다.
임신중독증 검사는 2017년 9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검사 대상자는 진단 비용의 50%만 내면 된다. 검사 대상자는 임신 20~34주 사이 임신중독증이 의심되는 산모 중 임신중독증 과거력 또는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인 경우, 단백뇨가 검출된 경우, 다태임신인 경우, 태아의 성장이 지연되고 있는 경우, 간기능 검사 결과 간효소가 증가한 경우다.
홍준석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연간 1만명 이상의 산모가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고 있지만 증상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악화된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임신중독증은 산모나 태아, 혹은 둘 다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장기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인 만큼 적절한 시기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