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멀리 떨어진 밭 한 자락. 콩을 심자니 고라니한테 물어봐야 되고 옥수수를 심자니 멧돼지나 너구리한테 물어봐야 한단다. 궁리 끝에 이놈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생강을 심기로 했다. 친구들하고 나눌 요량으로 건강에 좋다는 울금도 반 상자 심었다.
그런데 생강과 울금은 구별되는데 울금과 강황은 뭐가 다르지? 울금과 강황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헷갈린다. 같은 설명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학명도 뒤죽박죽이다. 사전에는 아예 강황과 울금을 같은 말로 표현하고 있다. 유사 이래 가장 헷갈리는 식물 이름이 울금과 강황이라나?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고 생각해 보자.
첫째 강황과 울금은 같은 식물이지만 서로 다른 부위를 말한다.
둘째 강황과 울금은 같은 식물이지만 인도에서 키운 것은 강황, 국산은 울금이다.
셋째 강황과 울금은 같은 속의 식물이지만 서로 다른 식물이다.
첫째 설. 생강과의 식물들은 잎이 달린 잎자루 바로 아래 땅속에서 뿌리줄기(근경)가 생긴다. 또 긴 뿌리가 나오는데 그 끝에 덩어리(덩이뿌리)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뿌리줄기를 말린 것을 강황이라 부르고 덩이뿌리를 말린 것을 울금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 뿌리줄기와 덩이뿌리의 약성을 구별하기 위해 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과 같다. 식약처에서도 강황의 뿌리줄기를 강황, 덩이뿌리를 울금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둘째 설. 강황은 인삼처럼 2년 이상 키워야 상품성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이 있어 여러 해를 키울 수 없기에 봄에 심어 겨울이 오기 전에 수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산은 강황, 국내산은 울금으로 구별한다는 것이다.
셋째 설. 우선 꽃의 색도 다르고, 강황은 선명한 황색으로 쓴맛이 매운맛보다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울금은 오렌지색(회색 또는 보라색)에 가까우며 매운맛이 쓴 맛보다 강하다. 또 강황의 주산지는 인도로 고온 다습한 지역에 잘 자라고 울금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도입된 것으로 온난한 기후에 잘 자란다는 것이다.
이들을 구별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문판 위키 백과에 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울금으로 소개된 Curcuma aromatica는 야생 강황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강황으로 소개된 Curcuma longa는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어 여러 가지로 쓰인다고 소개되어 있다. 우선 학명이 다르다는 것은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뜻이다. 또한 약성도 강황은 성질이 따뜻한 반면 울금은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평소 몸이 찬 사람은 강황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고 열이 많은 체질이라면 울금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다. 몸에 좋다고 먹는 음식. 체질에 맞춰 먹어야 하지 않을까? 강황과 울금. 이제는 누군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봄에 꽃이 피는 것은 강황, 가을에 꽃 피는 것은 울금이라는 어느 농민의 말. 본 고장에서 여러 해를 살며 봄에 꽃이 피는 강황이 우리나라에 와서 적응하면서 가을에 꽃이 피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이름이 달라졌을까? 올가을에 울금 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