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석교, 진천농다리
천년석교, 진천농다리
  •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 승인 2025.03.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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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Jung의 호서문화유람

 충북의 중서부에 위치한 진천은 수도권과 충청‧전라‧경상 삼남지방을 잇는 교통 요충지이다. 경부, 중부고속도로는 물론 국도 17‧21‧34호와 인접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청주공항과 오송KTX가 위치한다.

삼국시대에는 진천땅의 주인이 고구려, 백제, 신라로 바뀌면서 경제·군사적 측면에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했으니, 백제초기 대규모 철생산 유적지인 석장리 유적 그리고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장군이 진천에서 태어난 것은 그리 큰 우연이 아닌듯 하다. 특히, 고려 때 진천지방은 물산이 풍부하고, 사통팔달 교통로의 역할도 중요했기 때문에 다리 건설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한편 들이 넓은 만큼 큰 하천만해도 미호천, 백곡천, 초평천이 있다. 백곡천과 초평천은 각각 백곡‧초평저수지를 만들어 흐르다가 미호천을 만나 금강으로 흘러든다. 백곡천이 미호천과 만나는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는 고려초 조성된 것으로 전하는 충북유형문화재 제28호 천년 돌다리 진천농다리가 있다.

다리의 이름도 다양하다. 대바구니처럼 얼기설기 엮었다 하여 농다리, 장마때 물이 다리 위로 넘친다 하여 수월교(水越橋), 하늘에서 보면 지네가 물을 건너는 형상이니 지네다리라고도 한다. 특히 저녁노을 지는 겨울, 다리 위로 눈이 쌓인 설경을 상산팔경중 6경으로 꼽으니 이름하여 ‘농암모설(籠岩暮雪)’이다.

처음 조성 당시 하늘의 별자리 28수에 맞추어 수문(水門) 28간 규모로 쌓아 만들었다고 전한다. 이는 하늘의 별자리를 동서남북 4개 영역으로 구분한 다음, 각각의 방위에 7개의 별자리를 배치해 우주를 상징하는 28수라고 하였던 동양천문학에 기인한 것이다.

긴세월 3개의 교각이 유실되어 25개만 남아 전하다가 2008년 본래의 형태로 복원을 하였다. 다리의 제원은 전체 길이 93.6m, 너비 3.6m, 높이 1.2m. 교각은 사력암질의 자색(紫色) 돌을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쌓아 올려 만들었고 그 위에 상판석을 올렸다.

교각의 축조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물살을 잘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연석을 서로 맞물리게 쌓았고, 교각의 폭과 두께는 위로 갈수록 좁게 하여 물살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 하였다. 이러한 연유로 농다리는 고려시대 우리 선조의 우수한 토목기술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일컬어 진다.

농다리를 지나 나지막한 살고개를 넘으면 초평호 둘레길인 ‘초롱길’로 이어진다. 최근 3년의 공사 끝에 2024년 4월 개통된 길이 309m의 초평호 출렁다리 ‘미르309’가 제법 핫하다. 미르는 순수한 우리말로 용을 뜻하기도 하고, 또 초평호의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 옛날 이곳 사람들에게 있어 농다리는 생전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 그리고 사후에는 꽃상여를 타고 건너는 다리였다. 지금은 매년 봄 ‘생거진천 농다리축제’가 왁자지껄 벌어진다. 농다리는 2006년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되었다. 농다리 바로 옆을 지나는 중부고속도로는 지금도 삼남지방과 수도권을 잇는 제 역할을 다하고자 몹시도 분주하다.

음양의 기운이 고루 서려있음은 물론 하늘의 중심이자 옥황상제가 머무는 자미원을 상징하는 자색(紫色)의 사암(砂巖) 위주로 축조된 농다리, 우주를 상징하는 28수 별자리수 만큼의 교각을 천천히 세면서 건너면 빌던 간절한 소원이 이뤄질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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