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서로 죽이 맞아 늘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과 금요일 오후 차를 두 대로 나누어 타고 태안의 바닷가로 향했다. 여행은 나이가 들어도 아이를 만드는 샘물처럼 수다들을 부지런히 떨며 목적지로 향했다.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태안 바닷가의 어는 골프장에 있는 아파트였다. 이미 그곳에 와서 우리를 반기는 친구는 우리를 태안으로 초대한 전직 공군 대령으로 늘 유쾌한 웃음과 통 큰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하는 멋진 친구이다. 우리는 친구에게 대령을 영어로 Colone이라고 부르며 세계의 전쟁사에서 장군보다도 대령들의 활약이 더 크다고 칭찬을 하곤 했다.
그의 아파트에 올라가 짐을 푼 후 차를 타고 5분 거리의‘신진항’으로 나갔다. 항구 가까이 가며 멀리 보이는 안흥항의 멋진 다리 ‘나래교’를 감상하다 보니 신진항에 도착했다. 신진항은 작은 항구이지만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고, 배들 사이로 낚시대를 두리우고 물고기를 기다리는 젊은 남녀들이 많이들 있어 넓은 주차장에는 차 한 대 세울 곳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였다. 간신히 차를 주차하고 항구의 중앙에 있는 횟집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초저녁인데도 자리 잡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눈이 번쩍 들 정도로 많은 음식들이 나왔다. 상다리가 뿌러질 정도였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라서 그런지 맛도 최고였다. 한동안 술을 입에 안대던 나도 오늘은 맥주를 한 잔 따라 다 함께 브라보! 를 외치며 즐거워하였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있는데 어디선가 잔잔하고 울림이 있는 관악기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항구 쪽에서 들리는 애잔한 소리의 멋진 트럼펫 소리였다. 우린 우르르 달려나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니 어느 식당 앞에서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었다, 학창시절에 많이 듣던 샹송음악이었는데 비브라토도 적당히 넣고 연주도 곧잘 하였다. 연주가 끝나고 칭찬의 인사를 해주었다. 트럼펫 음악을 듣자 문득 머리에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왔던 음악 ‘보기 대령’이 생각이나 흥얼거렸다.
다음날은 대령인 친구가 보유하고 있는 배를 타러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갔다. 8인승 250마력의 보트인데 멋이 철철 넘쳤다. 항구를 출발해 쾌속으로 배가 달리는데 하늘은 왜 이리도 쾌청하고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것이 흥에 겨워‘산타 루치아’가 저절로 나왔다. 속도를 내며 달리다 보니 배 뒤에 있는 깃발이 펄럭였다. 깃발에 새겨진 것도 무궁화 모양이라 대령 친구에게 물어보니 본인을 상징하는‘대령기’라고 설명을 했다.자세히 보니 파란 바탕에 흰색의 무궁화가 세 개 또렷하게 박혀있다. 이 친구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었던 것을 늘 자랑스러워 하는 친구이다. 자랑스러운 친구 대령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배에 탄 우리 친구들은 ‘보기 대령’을 힘차게 부르며 순항을 했다.
늦어가는 가을날 부둣가에서 들은 낭만 트럼펫 그리고 대령의 자랑스러운 깃발은 영원히 잊지 못할 바닷가의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