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은 내가 공무원에 입직한 지 만으로 4년이 되는 날이다. 나는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마스크를 쓰고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보고 청주시 공무원이 되었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 전 준비했던 다른 시험공부까지 합해 약 6년여간의 수험생활이 드디어 끝나는 순간이었다.
2020년 11월 5일에 서원구청으로 첫 출근을 했다. 29살이라는 나이는 동기들에 비해 꽤 많은 나이었지만, 길고 길었던 수험생활 끝에 드디어 직업을 가진 나는 그래도 20대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다행이고, 행복했던거 같다.
나의 대외적 직함은 ‘주무관’, 실제 내 직급은 참 길기도 긴 ‘지방행정서기보시보’ 친구들이랑 가족들이 회사에서 직급이 뭐냐고 물어볼 때면 ‘지방행정서기보시보’라는 9글자의 직급을 또박또박 말해주면, 무슨 직급이 그리 기냐며 다들 빵 터졌다. 한동안 지인들 사이에서 나는 ‘노서연지방행정서기보시보님’으로 불렸었다.
서원구청에서 처음 맡은 업무는 ‘여권’이었다. 다른 동기들은 코로나 시기 다들 바빠 죽겠다고 하는데, 하늘길이 막히니 여권 업무 자리는 정말 한적했다. 하지만 당시 청주시에서 여권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나 혼자라, 전임자가 주고 간 업무인수인계서에 의존해 남들 10분이면 할 일을 혼자 3시간씩 끙끙 댔었다.
이후로 구청과 동 행정복지센터를 오가며 환경개선부담금이라든지 주민등록 사실조사라든지 회계, 총무 등 정말 다양한 성격의 업무를 경험해보고 있다. 아마 공무원이 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노후 경유차에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식당에서 음식 남겨서 내는 벌금으로, 전입신고 사후확인을 해주시는 ‘통장’님들은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알고 있을 거 같다.
일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는 시기에는 물리적으로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나에게 맡겨진 여러 일을 경험해 보면서 지역사회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굴러가게 만드는 작은 톱니바퀴가 된 상상을 하며 최선을 다해 일하려고 노력한 거 같다.
그리고 지방직 공무원으로 짧게나마 근무해보며 느끼기에 내가 하는 일은 결국 내가 살아가는 지역사회인 우리 동네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 속에 살아가는 주민들이 모두 함께 좀 더 따뜻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이어서, 나는 보람있고 따뜻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결혼도 하고, 8급으로 승진도 하고, 마음 맞는 선‧후배, 친구들도 사귀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많은 분들을 만났다. 다들 공무원이 박봉이라고 말하지만, 일하면서 단순히 한 달에 월급 얼마라는 돈으로 표현되는 보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훨씬 값진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