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상징’서 ‘쥐둘기’로 … 비둘기 민원 폭증
‘평화상징’서 ‘쥐둘기’로 … 비둘기 민원 폭증
  • 남연우 기자
  • 승인 2024.10.27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설물·깃털 위생문제 - 울음소리 소음공해 유발
청주시 올해 291건 신고 접수 3년새 63% 급증
기피제 제공 소극 대응 … 서울 등 번식 통제 대조

`평화의 상징'에서 `쥐둘기'로.

도심 공원은 물론 아파트단지, 주택가 등 곳곳에서 쉽게 목격되는 비둘기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이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

배설물, 깃털로 인한 위생문제는 물론, 비둘기 울음소리 등의 공해로 이제 비둘기는 `쥐둘기(쥐+비둘기)' 신세가 된지 오래다.

청주시 성안길에서 근무 중인 김 모씨는(25) “직장이랑 중앙공원이 가까워 점심시간에 가끔 나와 동료들이랑 산책을 하는데 비둘기들이 많아서 불편하다”며 “갑자기 사람한테 날아들기도 해서 놀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주부 이모씨(59)는 “새벽마다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 내려앉아 울어대는 비둘기 소리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라며 “실외기에는 늘상 비둘기 배설물이 덕지덕지 말라붙어 있어 위생적으로도 혐오감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주시 청원군 오창읍에 사는 최모씨(43·오창읍)역시 “베란다에다 둥지를 틀어 창문에 배설물을 쏟아내다 보니 창문 청소하기도 위험하다”며 “울음소리도 시끄럽지만 가족들이 피부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처럼 비둘기로 인한 시민들의 생활 불편 민원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청주시에 접수된 비둘기로 인한 민원은 지난 2021년 178건에서 2022년 223건, 2023년 229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이미 이달까지만 지난해 신고건수를 크게 웃도는 291건이 접수됐다. 대략 3년 새 비둘기 민원이 63%나 늘어났다.

접수 민원 내용은 주로 보행 불편, 배설물과 깃털 등 위생적 피해, 비둘기 사체 처리 등이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는 대부분 집비둘기로 1년에 2번 알을 낳는 야생비둘기와 달리 최대 5~6번까지 번식률이 높아 개체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개·폐회식 행사에서 각각 3000마리와 2400마리를 방사한 이후 전국적으로 비둘기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지하철에 터잡아 살고 있는 비둘기로 인한 시민피해가 심각해 각종 비둘기 퇴치작전을 펴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부터 비둘기 알 수거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등 비둘기 번식을 통제하고 있다.

청주시는 현재 청주 도심 공원과 번화가, 도심 교량, 아파트 단지 등에 서식하는 집비둘기가 대략 24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주시는 이 비둘기로 인한 피해 민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둘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마땅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 난감한 실정이다.

비둘기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먹이 금지 현수막을 설치하거나 조류 기피제를 제공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시 관계자는 “비둘기 관련 민원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먹이 금지 현수막을 달거나 조류 기피제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집비둘기 포획에 직접 나서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009년 집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으며 내년 1월24일부터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먹이주는 행위가 금지된다.

/남연우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