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수수 의혹 정우택 수사 `딜레마'
돈봉투 수수 의혹 정우택 수사 `딜레마'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4.07.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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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에 지역정치인 사주 처벌 `무위' 가능성 높아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위헌 … 警 사건 마무리 방침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의 `돈봉투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지역정치인의 사주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변호사비 대납을 약속하고 사주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처벌 근거가 없어지면서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사주 의혹을 받는 정치인이 당시 총선 예비후보자 신분이었는데, 헌재는 `아직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지 않은 사람을 비방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현행법은 헌법에 반한다'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관한 부분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정 전 부의장의 돈통투 수수의혹의 최초 제보자인 카페 업주 오모씨가 총선 예비후보자였던 A씨로부터 매수당한 정황을 확인,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A씨가 4·10 총선에서 정 전 부의장의 공천 탈락을 목적으로 오씨에게 해당 의혹을 언론사에 제보하라고 사주하고, 그 대가로 변호사 비용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정 전 부의장은 오씨로부터 1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네받는 자신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지역 언론에 공개되면서 한 달 만에 공천을 취소당했다.

경찰은 A씨와 오씨간 이런 약속을 주고받은 정황을 확인, A씨에 대해 후보자 비방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해오다가 뜻하지 않은 헌법재판소발(發) `이벤트'가 생기면서 사실상 수사를 중단했다.

헌재는 지난 6월27일 후보자비방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51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관한 부분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를 비방하는 이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이들 조문이 가리키는 후보자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포함된다.

헌재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비방마저 처벌한다면 고소와 고발이 남발돼 장차 실시될 선거를 외려 혼탁하게 보이게 할 수 있고 유권자들이 이들의 자질을 올바르게 판단할 자료를 얻을 기회를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경찰 수사는 방향을 잃었다.

헌재 결정을 무시하고 A씨를 후보자비방죄로 송치해도 검찰과 법원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A씨의 반발 등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A씨와 오씨가 정 전 부의장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과정 전반을 공모했다고 보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A씨가 오씨에게 변호사 비용을 대납하겠다고 약속만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언론사 제보와 보도 과정에 A씨가 직접적으로 관여한 부분이 없기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성립도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결국 경찰은 정 전 부의장과 오씨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 조만간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전 부의장은 해당 의혹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신원불상의 제보자와 그의 배후, 해당 의혹을 보도한 기자 등을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부분을 모두 정리해서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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