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의 대의
주역의 대의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4.07.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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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동양 전통 사상의 원천으로 꼽히고 있는 사서삼경 중 하나인 역경이 바로 주역이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즉,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세 근본 바탕을 밝히고 있는 주역은 복희씨의 팔괘와 문왕의 64괘사, 주공의 384효사, 공자의 십익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역은 의리역과 상수역으로 대별 할 수 있는데, 상수역은 괘상을 통해 당면한 상황의 음양 조화 및 허실을 파악함으로써 그 원인과 장차 일어나게 될 미래를 예측하는 占(점)을 위한 역으로 볼 수 있다.

의리(義理) 역(易)은 천지인(天地人) 삼재로 구성되어 있는 우주의 본질을 밝히고, 양(陽)인 하늘과 음(陰)인 땅으로 이뤄진 인간이 음양합일 및 음양합덕을 이룸으로써, 아무런 허물도 없는 무구(无咎))한 대인(大人)이 되는 길을 밝힌 역이라고 할 수 있다.

주역에서 말하는 이상적 인간상의 요건인 무구(无咎)) 즉, `허물이 없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허물이 무엇인지를 알면 허물이 없다는 것의 의미도 쉽게 알 수 있다. 주역이 말하는 허물은 바로 지나치거나 모자람으로써 음양의 조화가 깨진 상태다. 음이든 양이든 어느 한편이 지나치게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이 바로 주역이 말하는 허물이다. 주역은 음양의 조화가 깨짐으로써 온갖 잡음과 문제가 생긴 것이 허물이고 음양이 조화를 이룬 음양 화평의 중정(中正)이 허물이 없는 무구라고 역설하고 있다. 음양의 부조화를 극복하고 음양 화평의 걸림 없는 삶을 영위하는 대인이 되기 위해선 어찌해야 하는가? 지나치게 드러난 것은 미약하게 하고, 그윽하여 모자란 것은 확연하게 드러냄으로써 음양 화평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주역이 강조하는 가르침은 미현천유(微顯闡幽)다.

주역은 미현천유(微顯闡幽) 즉, 지나치게 드러난 것은 미약하게 하고, 미미하거나 숨겨진 것은 훤히 드러내는 인간의 행위 및 결과를 길흉회린(吉凶悔吝)의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길(吉)은 음양화평을 이뤄 안정되고 행복한 상태다. 흉(凶)은 음양의 부조화로 불행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회(悔)는 흉함을 알아차리고 뉘우침으로써 길(吉)로 나가는 흉변길(凶變吉) 상태며, 린(吝)은 흉을 흉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순된 상황에 집착함으로써, 그 상황을 개선하거나 벗어나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아집(我執) 법집(法執)의 상태를 말한다. 미현천유의 비의를 가장 극명하게 내포하고 있는 괘를 꼽는다면, 주역 64괘 중 열한 번째 괘인 지천태(地天泰)다.

지천태괘는 삼음(三陰)의 땅을 의미하는 곤(坤)괘가 하늘의 자리인 위에, 삼양(三陽)으로 하늘을 표상하는 건(乾)괘가 땅의 자리인 아래에서 각 각 상괘와 하괘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주역이 하늘이 위에, 땅이 아래에 있는 천지비 괘를 흉괘(凶卦)로 보고, 하늘이 땅의 자리에, 땅이 하늘 자리에 위치 해 있는 지천태괘를 길괘(吉卦)로 보는 것은 어떤 까닭일까? 주역은 하늘인 건괘가 위에 있고 땅인 곤괘가 아래에 있는 것을, 하늘과 땅이 `나'를 내세우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하늘인 건괘가 자신의 자리에 집착함 없이 기꺼이 낮은 곳으로 향하고, 땅인 곤괘가 자신의 자리에 주저앉거나 움츠리지 않고 하늘 높이 훨훨 비상하는 상태를 음양화평 및 음양합일(陰陽合一)로 보았기 때문이다. 양극단인 하늘과 땅이 제각각의 `나'를 고집함 없이 온전히 하나가 됨으로써 대소유무(大小有無) 시종본말(始終本末)의 양변(兩邊)을 벗어나 음양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지구촌이 도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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