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들이 모임하는 이유
동네 어르신들이 모임하는 이유
  • 신보미 청주서부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 승인 2024.07.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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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신보미 청주서부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신보미 청주서부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저는 동네에서 어르신, 주민이 지역살이를 돕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어르신들 일상의 자립을 위해 모임하고 관계를 맺어줍니다.

사회복지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을 사이좋게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들이 더불어 살게 거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봄 동네 어르신들은 복지관에서 재미있는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어르신들께 무엇을 잘하는지 여쭤보니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했습니다.

젊을 때 무엇을 하면 좋았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하나 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분은 하숙집을 하며 애들 밥 먹이는 일이 즐거웠다고 합니다.

한 분은 잔칫집을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가 바쁘고 좋았다고 합니다. 한 분은 모임을 한다니깐 일단 모여보고 싶다고 합니다. 반찬 만들기에 좋은 기억이 있는 분이나 반찬을 구실로 모임하고 싶어하는 6명의 어르신이 모였습니다.

사전모임을 3번이나 했습니다. 프로그램이 목적이었다면 반찬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들지 논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이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 사전모임을 3번이나 했습니다.

모임을 하며 서로를 어떻게 호칭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할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어려운 것은 좋은 모임들의 규칙을 참고하며 만들었습니다. 어떤 반찬이 좋은지 서로 목록을 이야기하고 함께 반찬책을 들여다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르신들은 서로를 `형님', `아우님'으로 불렀습니다. 서로 귀가 안들리니 `형님'을 온 동네 떠나가게 부르며 반찬을 만들고 풀었습니다. 몸이 안 좋은 어르신은 맨 마지막에 간을 보며 손맛을 담당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외로움이 질병이 되고,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때입니다.

나와의 단절이 공동체와의 단절이 됩니다. 고립으로 이어집니다. 이로부터 청년, 중장년, 독거어르신 등 세대를 막론한 고립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순 서비스로 지역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경로 무료급식 당사자분들은 “밥만 얻어먹으려고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들이 있어서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핵심은 관계입니다. 이 시기에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더 분명합니다. 관계를 거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구실로 만남을 주선해주는 곳이 필요합니다.

복지관에서는 다양한 모임들이 이뤄집니다. 당사자들이 복지관을 단순히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살이를 하며 복지관을 거점으로 모이고 흩어지며 일상을 회복하거나 유지합니다. 모임이 지속적이고 자발적 모임이 되면 당사자분들의 일상에서 그 일이 자연스럽게 되도록 합니다. 관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은 지역과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갑니다. 일상의 회복입니다.

사소한 것 같아 보이지만 반찬 모임을 통해 어르신들은 생활에 활력을 얻습니다. 이웃이 되어 서로를 돌봐줍니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가족보다는 매일같이 이야기 나누고 일상을 살아가는 동네 친구가 내 사정을 더 잘압니다. 우리는 모임을 통해 더 가까운 이웃이 되고 살만한 동네를 만들어 나갑니다.

지난주 반찬모임에서는 오이김치를 담갔습니다. 그리고 동네에 혼자 살고있는 중·장년분에게 전달했습니다. 잘 먹고 다니라고 오이김치를 주며 어르신들은 첫째 아들 같다고 말합니다. 돕기 위해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동네 사람이기에 챙겨주고 거들어줍니다. 지역살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어르신들과 모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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