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질환 인식 부족 … 윗배 통증 대부분 위염 오인
담석·용종 방치땐 담낭암 발전 … 초음파 검사 필요
20대 여성 A씨는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위가 아프다며 한 달 넘게 위장약을 먹으면서 버틴 A씨는 결국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검진 결과 담낭과 담도에 담석이 꽉 차 있었다. 위장질환으로 잘못 알고 오랜시간 방치한 결과 담석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 A씨는 결국 담낭 수술을 받았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잘못된 식습관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담낭(쓸개) 관련 질환 발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박준성·김형선 교수와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김창수·조성경 교수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건강검진 전문기관 KMI에서 검진 받은 72만 4114명 중 20~39세 남녀 37만5742명을 대상으로 문진, 혈액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복부초음파를 시행한 15만4463명 중 17.5%인 2만7130명에서 비정상 담낭소견이 발견됐고, 1.9%인 2979명에서는 담석이 관찰됐다.
김형선 교수는 “담낭 관련 질환은 중년층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인식이 많지만, 최근 20~30대인 MZ세대를 중심으로 담낭 질환이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을 저장해 뒀다 필요할 때마다 분비를 해주며 기름진 음식의 소화를 돕는다. 담낭과 관련된 질환은 크게 담낭결석(담석)과 용종으로 나뉜다. 악성질환으로는 담낭암도 있다.
가장 많이 생기는 질환은 담석이다. 담즙은 수분과 콜레스테롤, 담즙산, 전해질 등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되는데 이것이 응집되면 담석이 된다. 담낭 안에서 형성된 담석이 담도를 막아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으면 통증과 소화불량이 생긴다. 특히 통증은 담도산통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하다. 2~3시간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야 할 정도다. 용종은 담낭의 점막이 돌출된 것을 말한다. 용종은 경우에 따라 담낭암과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경과 관찰과 필요한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담낭 질환은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거나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등 식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람에게 잘 생긴다.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담낭으로 넘어올 때 간에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담즙에도 콜레스테롤이 많아서다.
무리한 다이어트도 담낭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담낭 질환은 원래 남성보다 여성의 발생률이 높은데, 최근 지방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한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면서 발병률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다이어트를 한다며 지방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담즙과 콜레스테롤이 늘어나고,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가지 않고 담낭에 고여 담석이 될 확률이 높다”며 “원푸드 다이어트, 극단적 금식이나 절식, 황제 다이어트 등은 담석 증가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낭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통증이 있어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윗배 통증을 위염으로 오인하고 위내시경을 하거나 위장약을 복용한다. 담낭 질환은 내시경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어 장기간 위장약을 복용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담낭은 떼어내도 생활에 불편함은 없지만 담석이나 용종을 방치하면 향후 담낭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담낭암은 발생 빈도는 10대 암에 속하면서도 예후가 좋지 않다. 최 교수는 “복통이 반복되거나 명치가 더부룩하면 복부 초음파 검사나 CT 검사 등으로 담석증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