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하는 놈 치고 잘 사는 놈 하나 없다."
화투를 이용한 놀이중에 도리짓고땡이 있다.
계절에 따른 솔, 난초, 모란, 오동등 열두가지 그림이 각각 4장씩 4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화투중 똥과 비라고 하는 두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10가지 그림에서 껍데기라는 두장외에 두장씩 20장을 가지고 한사람이 패를 잡고 세사람이 나서서 각자의 끗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놀이다.
이것을 작게 하면 오락이라고 하지만 판이 커져 큰돈을 따고 잃을 수도 있어 '노름' '도박' 이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 패 한사람에 여러 사람이 상대로 붙어서도 그렇지만, 판에 거는 돈의 크고 작음에 따라 큰 노름판이 되어 재산을 날리고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순하게 오락놀음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돈이 오가는 자리여서 본의아니게 얼굴을 붉히고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기에 바람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한번 재미로 도리짓고땡에 손을 댔다가 돈을 잃어, 본전 생각에 한번만 더 하다가 재산 날리고 도박범으로 범죄자가 될 수도 있어 처음부터 도리짓고땡 판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제일이라고 했다.
나이 열다섯살 때였다.
별로 하는 공부도 없고, 무료 한 날들만 보내고 있던 어느날 갑자기 도리짓고땡이 배우고 싶어졌다.
심심했던 마음 한편에서 무어라도 배워야 했기에 생각난 것이 어른들이 초상 난 집에서 하는 화투놀이 도리짓고땡을 알고 싶었고, 호기심도 일어 온 정신이 쏠렸다.
먼저 가게에서 화투를 구입하고, 도리짓고땡의 원리와 끗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백지에 그 내용을 쓰고, 이어서 각 화투장마다 끗수와 맞추는 방법을 알아야 해서 숫자와 그 숫자를 도리짓고땡 자리에서 부르는 말을 종이에 써 읽고 또 읽었다.
1에서 10까지 끗수를 말하는 것은 읽을 수록 재미가 있었다.
1 1 4 8 4이면 '콩콩팔에 짓고 새땡' 이라 했고, 4 6 6 3 0은 '쌔륙장에 짓고 갑오'라 했으며, 3 1 5 3 6이면 '빽삼육에 짓고 '덜' 이라 불렀다.
도리짓고땡은 패와 붙은 세사람 모두 다섯장을 가지고 10, 20이 되도록 숫자 맞추는 것을 짓는다고 했으며, 10, 20,이 되지 않는 화투를 가지고 있으면 '퍽' 이라 해서 승패에서 지는 경우가 되었다.
끗수는 광 두장이면 광땡이라 해서 최고 점수로 쳐주는데 광은 일광, 팔광, 삼광중에서 두장을 가졌을 때에 해당된다.
그 다음 끗수로는 장땡, 구땡, 팔땡, 칠땡, 육땡, 오땡, 새땡 삼땡, 이땡, 일땡의 순서로 되며, 갑오 (9), 덜(8), 곱(7), 육(6), 오(5), 사(4), 삼(3), 이(2) 로 이기고 지는 점수를 끗수라고 부른다.
즉 6 7 8 1 6이면 '쭉쭉팔에 짓고 덜' 이라 하고, 2 7 5 6 7일 때는 '철철육에 짓고 곱' 이라 했다. 4 7 1 9 1로는 '쌔칠구에 짓고 콩땡' 이라 했으며, 3 1 9 3 0였을 때는 '삥장구에 짓고 삼땡' 이라 불렀다.
짓고도 끗수가 작지만 이기는 수가 있는데 8 4 7 8 4를 '팍팍새에 짓고 따라지 한끗' 으로 상대가 못짓는다든지 이층일 때이다. 상대가 못짓는 경우 이층으로라도 이겨 간신히 승자가 되기도 한다.
도리짓고땡을 익히면서 이를 더 잘 알기 위해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친구를 꼬드겨 실제 화투로 도리짓고땡을 했다.
실제로 돈놓고 노름을 하지는 않고, 단순하게 놀이로 하는 걸 보고 "원, 별놈들 다 보겠네" 하면서 웃어 넘기는가 하면 "어디서 못된 버르장머리를 하느냐" 고 야단치는 어른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하지 않으려는 친구에게 사정을 할 때도 있지만, 서로 재미를 느껴 웃으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도리짓고땡에 푹 빠져들기도 했다.
단 한번도 돈내기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 일년여의 도리짓고땡 배우는 짓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생전 처음 재미있었던 화투에 도리짓고땡은 다시 쳐볼 생각이 없었다. 도리짓고땡 노름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기 때문에,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는 어른들 말씀에 따라야 함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숫자가 여러개 있으면 나도 모르게 도리짓고땡 같이 짓고 끗수를 맞춰 보면서 웃는다.
生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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