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에 어른 셋이 목욕을 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의 책표지가 인상적인 에세이집 ‘즐거운 어른’(이옥선 저, 이야기 장수)을 만났다.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책은 2부의 22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인생살이, 어디 그럴 리가? 2부 나에게 관심 가지는 사람은 나밖에 없음에 안도하며 제목으로 70대 후반을 사는 저자 이옥선 님의 즐거운 삶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이 재미있게 잘 읽히는 것은 책 곳곳에 들어 있는 유머 감각과 올곧은 삶의 태도 때문인 것 같다. 우울하기 짝이 없는 2024년 연말에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위안을 느끼게 해준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구나 두려운 일이다. 한 번도 도달해 보지 못한 미래, 그 미래를 먼저 맛본 인생 선배가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늙음이란 꽤 괜찮은 것이라고. 젊은 사람들은 노인이 안 바쁜 줄 알지만 사실 요가도 다니고 목욕탕 출근하느라 바쁘고, 종종 불면증에 시달려 밤잠을 설치지만 다음 날 굳이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잠이 올 때 그때 자면 되고, 종종 야밤에 간식을 먹고 다음 아침 얼굴이 퉁퉁 부어도 괜찮고, 다음날 소화가 되지 않아 시원한 콜라를 벌컥벌컥 마셔도 잔소리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만족하며 살 수 있다고 유쾌하게 말해준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 ‘내 꿈은 고독사’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등 기상천외한 명언들을 쏟아내며 이 ‘즐거운 어른’이 씩씩한 기상으로 세상을 유영하는 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매사에 쫓기듯 전전긍긍 살아가는 현대인과 젊은이들에게 작가는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당부한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행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 종목의 운동을 꾸준히 하기를 권장한다.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하라고 당부한다.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지난 금요일 새 임지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데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가 멍해졌다. 지금껏 알고 있던 곳이 전부가 아닌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니 덜컥 겁이 났다. 금방 적응하고 곧 유쾌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다독이며 주말을 보낸다.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기는 참 어렵고, ‘즐거운 어른’이 되기는 더 어렵다. 새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나에게도 걱정과 두려움을 훌훌 털어버리도록 힘이 되는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주인공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세 가지 요소로 유머, 친절함, 자기 억제를 들었다.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사물과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을 말한다.
인간으로서 가지는 부정적인 요소는 잠시 접어두고, 유머와 친절함, 자기 억제라는 덕목으로 가볍게 날아 올라보는 건 어떨까? 심각한 모든 것들도 다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2025년 새해에 새롭게 출발하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한 한 해를 시작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