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청주 중심상권 … 성안길 빈 상가 봉명사거리 31배
무너진 청주 중심상권 … 성안길 빈 상가 봉명사거리 31배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4.10.20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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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 탓 … 2~3층 건물 통째로 임대도
사무실 공실률도 26.4% … 전국 평균比 3배 높아
온라인 쇼핑 확대 … MZ세대 유입에도 소비 감소

 

20일 오후 청주 최대 상권 중 하나인 성안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가에 붙은 노란색 임대 플래카드다.

성안길은 청주읍성 북문 터에서 남문 터에 이르는 길이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청주의 대표적 상권이었다. `청주의 명동'으로 불리던 거리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길게 늘어선 상가와 점포는 늦은 밤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성안길을 걷는 동안 곳곳에 붙은 `임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3층짜리와 2층짜리 건물이 통째 임대로 나온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로데오거리'에도 군데군데 임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80~90년대에는 2층까지 손님이 꽉 들어차고,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는데 지금은 단골 덕분에 그나마 가게를 유지한다”며 “이렇게 변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씁쓸해했다.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 악화 지속으로 도심에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충북 중심지 상권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에 따르면 충북의 2분기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18.89→20.11), 소규모 상가(8.00→8.60)으로 전 분기보다 높아졌다.

반면 집합상가는 13.25%로 전 분기보다 0.26%포인트 낮아졌으나 전국 평균 보다는 3.04%포인트 높았다.

중대형 상가는 전국 평균 공실률인 13.79%와 비료하면 6.3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주 성안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3.68%로 충북에서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봉명사거리(1.08%)와 비교하면 31배나 높았다.

오피스 공실률도 26.4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오피스 평균 공실률 8.60%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상가 공실이 증가하면서 임대료도 하락세다. 2024년 2분기 충북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 상가(97.95→97.48), 소규모 상가(98.15→97.92), 집합상가(99.07→98.89)로 임대가격이 전 분기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상가 시장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업종·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임대료가 하락하고,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임대수익률도 낮아졌다. 충북의 2분기 투자 수익률은 중대형 상가(1.45→1.05), 소규모 상가(1.32→1.06), 집합상가(1.42→1.35)로 전 분기보다 모두 떨어졌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지만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경기회복 저조로 수요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유통 트렌드가 온라인 쇼핑 흐름으로 변화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가 유입되더라도 소비는 늘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와 상인회의 대책이 없으면 당분간 상권이 활성화되기는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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