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A식당과 청주 B식당이 있다. 만들어 파는 메뉴는 비슷하다. 가격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다.
충주에서는 음식 한 그릇을 팔 때마다 환경부담금 9000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청주에서는 음식 한 그릇에 10만원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한다. 충주 A 식당에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9천원 부담금을 내고 만든 음식을 운반비를 내고 청주에 가서 도시락으로 팔아도 큰 이익이 남는다.
청주 B식당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A식당 음식을 청주에 반입시키지 말라고 시위를 하지만 자유경제시장에서 그럴 수는 없고, 결국 청주에서는 A 식당 도시락에도 10만원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다.
A식당에서는 당장 난리가 났다. 청주에서 도시락 장사가 잘 되어서 주방을 키우고 종업원을 고용하고 생산물량을 늘려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10만원의 환경부담금을 내고는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
A식당, 이제 B식당과 경쟁할 수 있는 특화된 맛과 메뉴, 품질, 그리고 10만원의 환경부담금과 운반비를 내고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짐작했겠지만 A식당은 한국 제조업, B식당이 위치한 청주는 유럽이다.
그리고 환경부담금은 탄소배출권 가격, 최신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탄소 1t당 9천원 그리고 유럽에서는 10만7천원이다,
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약자로 `씨밤', 또는 `씨뱀'이라고 읽는다.
아직 통일된 발음은 없다. 한글로 듣기에는 조금 거북한 발음이기도 하다. 유럽연합은 EU에 수출하는 기업에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세를 부과하려고 한다.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력 등 6개 품목에 우선 적용되며, 2026년부터 본격 시행이 예고되어 있다.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해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을 하려는 EU의 노력, 물론 찬성한다.
하지만 그 속내는 좀 다르다
외국에서 저가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 EU내 생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또한 EU내 기업의 역외 이전을 막고자 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 본다.
2026년부터 EU로 해당 제품을 수출하는 업자는 내재 탄소배출량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하여 EU 역내 수입업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한국에도 탄소배출권 제도가 있으니 이를 인정해 달라고 하고 있지만, 유럽 가격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 탄소배출권 가격, 글쎄 과연 인정해 줄까 의문이다.
한국 정부와 EU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CBAM 대응 인프라 구축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탄소배출량 산정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탄소배출권 감축활동 계획수립 및 실행, 탄소배출량 감축 방법론 승인 등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미국에서도 CBAM과 유사한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금번 대선에 어느 쪽이 당선되던 간에 미국판 CBAM이 운영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유력하다. CBAM을 필두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각국 정부의 글로벌적인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탄소국경세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이는 한국의 수출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미친다는 것이 문제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수출입 경제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거듭 고민해야 할 때이다.
넷제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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