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兄)
우리 형(兄)
  •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 승인 2024.07.10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띠리리리링~' 퇴근 후 잠시 쉬는 중에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린다.

“형님? 안녕하세요?” “야 이놈아 내가 어제부터 전화 계속했는데 왜 안 받는겨? 교감이라고 바쁜 척 하는겨?” “에이 무슨 소리예요~ 정신없어 그랬죠~ 어쩐 일이셔요?” “어쩐 일 있어야 전화하냐? 그냥 간만에 목소리 한 번 들으려고 했다. 왜!” “어휴~ 그러시군요~ 하하하” “야 석범아! 실은 내가 네 생각을 하면서 여름에 입기 시원한 모시 남방을 하나 만들었는데 집으로 보내줄 테니 주소 좀 찍어봐” “네? 일류 디자이너 형님이 직접 만든 옷을 어떻게 택배로 받아요? 받아도 제가 직접 뵙고 받아야지요~.”

그런 이유로 다음 날 오랜만에 형님과 데이트 시간을 잡았다. 형님은 같은 과 대학 선배님이시다. 아주 예전에 보은지역 중학교 선생님으로 발령 나 `사제동행'의 표본처럼 학생들과 어울림을 최고 행복으로 보내셨다.

그 뒤로 의상디자이너의 꿈을 펼치기 위해 청주 시내에 개인 의상실을 열었고, 지금은 청주 본점은 물론, 서울에도 개인 브랜드 매장 몇 개를 둔, 현재진행형 예술가이며 의상디자이너이시다.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형님을 모시고 `내수' 쪽으로 향했다.

“형님 내수 쪽에 뭐 있어?” “응~ 거기 널따란 카페가 있는데 나도 오래간만에 가보는 거 같다” “나 대학 때 형님이랑 같이 이 근처 운보의 집에 놀러 왔는데 기억나요?” “하하 기억하지~, 너 그때 너희 엄마가 모시로 시원한 조끼 만들어 줬다고 입고 있었는데…. 생각난다.” “그걸 다 기억하시네? 그땐 버스로 툴툴대며 여기까지 왔었는데….”

카페 입구로 올라가며 정말 놀랐다. 그냥 카페가 아니고 유원지 수준의 규모다.

“와~ 이게 뭐래요? 장난 아니네?” “그렇지? 여기가 진짜 넓다. 한 번 쫙 ~ 둘러봐” 카페로 들어가기 전 나는 여기저기 감탄하며 풍경을 살폈다.

형님은 내가 대학 때부터 나를 살뜰히 챙겼다.

집안에 형이 없던 나는 친형이 새로 생긴 듯 수시로 의상실이며 형님의 집을 드나들었다.

때론 형님 집에서 며칠간 숙식을 하기도 했는데 잠들기 전 방안의 은은한 조명과 LP 판에서 흐르는 가수 `루비나' 노래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게 4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준다.

“야 너 너무 마른 거 아냐? 내가 100사이즈 기준으로 만들었는데, 치수가 조금 작을까 걱정인데? 한 번 입어봐라.”

쇼핑백에서 형님이 건네준 모시 셔츠는 색깔이 정말 예술이다. 회색빛 체크에 까슬까슬한 질감이 정말 고급스럽다. 마침 반소매 차림이라 그 위에 걸쳤는데 맞춤형처럼 딱 맞았다.

“단추 매듭은 붉은색 실로 했는데, 그건 디자이너의 포인트다? 알면서 입어~” “와~ 형, 진짜 맞춤형 같은데? 고마운 걸 떠나 이 은혜를 어쩌지?” “야 인마, 됐고~. 잘 맞으니 형도 맘이 참 좋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40년 세월을 되돌려 20~30대처럼 낄낄대고 있었다.

“석범아 내가 살면서 되돌아보니 참 고마운 사람이 주변에 많더라, 그래서 한명 한명 생각하며 셔츠를 만들고 있단다. 지금까지 40여 벌 만든 것 같은데…. 그러면서 내 맘도 참 좋더라” “엥? 그럼 내가 형에게 중요도 40번째밖에 안 되는 거야?” “뭐? 거기서 순번은 또 왜 나오냐?” 돌아오는 길에 형님의 손을 꼭 잡았다. “형~ 건강해야 해? 그래야 우리 오래도록 티격태격하지? 그리고 고마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