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신입생' 된 교장선생님
`음대 신입생' 된 교장선생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4.01.07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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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
윤인중 청주흥덕고 교장
39년 교직 퇴임 앞두고
충청대 실용음악과 합격
“인생 2막 … 가수 꿈 도전
음악 통해 행복 전할 것”

 

정년퇴임을 앞둔 한 고등학교 교장이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 화제다.

주인공은 윤인중 청주흥덕고등학교 교장(62·사진).

39년간의 교직생활을 끝으로 다음 달 말 퇴임하는 윤 교장은 인생 2막을 위해 충청대학교 실용음악과 2024학년도 수시전형에 합격했다.

수학 교사로 평생 교단을 지켰던 그는 오는 3월부터는 24학번으로 두 번째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윤 교장은 “대학을 졸업한지 44년 만에 다시 대학생이 된다는 생각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윤 교장을 어린시절부터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고적대 단원으로 작은 북을 쳤던 그는 당대 최고 인기가수였던 나훈아를 좋아했던 담임교사가 매일 종례 직전 교단 앞에 세워 나훈아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에는 소풍 가면 무조건 앞에 나가 팝송 등을 열창 했고 친구들의 환호 소리에 행복해 했다. 음악만이 내 인생처럼 느껴서 고교시절 밴드부 단원으로 활동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포기했다.

윤 교장은 “70년대만해도 음악을 한다고 하면 `딴따라'라고 부를만큼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며 “음악교사를 하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 데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보니 실기시험을 볼 자신이 없었고 결국 수학교육과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마이크를 잡고 싶은 마음에 개신가요제에 2년 연속 참가했지만 입상은 하지 못했다.

교사로 재직하면서도 가수의 꿈은 늘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는 지난 2010년 교사들로 구성된 `쌤밴드' 창단멤버로 들어가 마이크를 잡았다.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고 교사들에게는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충북대사대부고, 충북교육문화원 등 근무지마다 교원 밴드를 결성했다.

지난해 6월엔 아들 결혼식에서 톰 존슨이 불렀던 `딜라일라'를 개사한 축가를 하객들 앞에서 불러 결혼식장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기도 했다. 수시 전형 실기면접에서도 번안곡 `딜라일라'를 불러 합격했다.

그토록 원했던 음악을 위해 44년 만에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선언한 그에게 가족들은 잊고 산 꿈을 꼭 이루라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윤 교장은 “대학에 입학하면 청춘들과 어울려 MT도 가고 축제도 즐길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평생 원했던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면 이를 통해 음악활동과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윤 교장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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