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청주시가 최근 청주 도심에 있는 대현지하상가 활성화를 두고 서로 다른 사업 구상을 내놓으면서 도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같은 공간을 두고 도는 지상도로화를 검토할 것을 주문하고, 시는 청년들의 창업 공간과 문화예술공간 조성 의지를 밝혀 두 공공기관의 사업 추진 엇박자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제 김영환 도지사는 대현지하상가를 도로로 사용하고 그 위를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지하상가가 원도심 한 가운데에 있어 이를 지상 도로로 활용하고, 지상을 공원화할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건설업 관련 인사가 주장해 왔던 지하상가 도로화 구상 안을 김 도지사가 받아들면서 대현지하상가의 운명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도와 달리 청주시는 지난해부터 폐업이 속출한 지하상가 문제에 대해 여러 논의가 이어졌다. 지하상권이 죽으면서 120개에 달했던 상가가 텅 빈 채 운영되면서 원도심 활성화와 맞물려 활로 찾기에 나서야 했다. 이는 지하상가 운영업체인 대현실업이 2028년까지 무상사용 후 시에 기부하기로 했던 약속된 시간이 도래하면서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지하상가 활성화 공약이 가시화되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청년인구 유입책으로 문화, 예술, 창업 분야에 청년 지원과 청년들의 활동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대현지하상가 청년특화지역조성사업 연구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 도지사의 `지하상가를 지하도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생각이 뜬금없이 비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도와 시의 활용 계획안과 무관하게 지하상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신이 필요하다.
상권이 살아나지 않는 지하상가를 오랫동안 방치될 경우 원도심 상권활성화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도심의 슬럼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와 시가 대현지하상가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대현지하상가를 두고 도와 시의 엇박자란 지적에 대해 도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면서도 사업이 확인된다면 시와 협의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일단락 짓는 분위기다.
지하상가로 촉발된 문제지만 이번을 계기로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대해 점검하고 종합적인 발전상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도심 공간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이 연계성을 갖지 못하면서 효과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충북지역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이 2015년부터 본격화되면서 도와 시는 원도심 활성화란 이름으로 엄청난 국비와 도비, 시비를 쏟아부었다. `자력기반이 없어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쇠퇴 지역을 지역 내 고유 특색을 살려 경제, 물리, 사회, 문화, 복지적인 측면에서 그 기능을 개선하고 활성화시키는 도시재생사업'은 공간의 변화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활성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에도 자본의 흐름을 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도심 상가마다 불이 꺼지는 사이 도심 외곽 상권은 불야성을 이룬다. 고객 유인책이 레트로 감성에만 기대는 것으론 부족하다는 뜻이다. 도나 시나 단체장의 업적을 고려한 사업이 아니라 원도심 활성화라는 큰 그림 속에서 지하상가 활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