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이 국내 반대여론을 끝내 무시하고 최근 일본 해상자위대가 주관한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전범기(욱일기)에 경례를 하고 말았다.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번 관함식은 일본의 군 통수권자인 가시다 총리가 자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파견된 함대와 장병을 사열하는 의식이다.
이번 관함식에 대한민국 해군은 최신예 군수지원함인 `소양함'을 파견해 12개 나라 중 9번째로 항해했다. 그리고는 우리 해군 장병들은 욱일기가 나부끼는 일본 항공모함 이즈모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고 기시다 일본 총리는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어 답례했다. 이 같은 우리 해군의 모습은 방송 화면을 통해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당연히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치욕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들끓는 여론에 군 당국은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한 관함식 참가였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당위성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는 욱일기를 향해 경례를 한 것이 아니고 일본 항공모함 이즈모 호위함에 탄 기시다 일본 총리를 향해 경례를 한 것이란 해명을 늘어놓았다.
물론 어느 국가든 외국의 행정수반이 국빈 방문했을 때 예를 갖추듯이 일본이 주관한 공식적인 국제 행사에서 우리 국군장병이 일본 총리에게 경례를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일본총리가 탄 배에 걸려있는 깃발이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가 아닌 우리 민족에게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준 전범기라면 얘기가 틀려진다.
어처구니없게도 이종섭 국방장관은 일본 항공모함에 걸려 있는 깃발이 욱일기와는 모양이 틀린 자위함기라는 주장을 펴면서 문제 될 일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한다. 마치 일본 국방장관이 하는 말이 아닌가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명분하에 선진국 반열에서도 탈락 위기에 처해 있는 일본에게 안쓰러울 정도로 러브콜을 연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더니만 끝내 우리 국군이 일본의 제국주의 상징인 전범기에 경례까지 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난 정부 때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등의 과거사 문제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해 왔던 숙적 일본에 대해 이번 정부는 국민의 정서까지 무시하면서 왜, 무엇 때문에 이토록 굴욕적인 외교를 자청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 관함식 참가 논란은 충무공의 후예라는 대한민국 해군이 수 백 년 간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35년간 식민 지배를 하면서 민족 말살정책을 폈던 일제 제국주의에게 다시 한 번 굴종하는 치욕스런 역사를 남기는 일이 됐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이번 관함식 참가와 전범기를 향한 경례 의식은 앞으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향해 한층 더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를 해 올 수 있는 명분을 가져다 준 꼴이 됐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핑계 삼아 한·미·일 군사공조를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확대하고 다시 한번 한반도 진출을 꿈꾸는 디딤돌까지 놓아준 꼴이 됐다.
이 같은 사달을 낸 정부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을 망라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나라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짓밟는 치욕적 외교, 굴욕적 안보정책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