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이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6명.
8년 전 꽃피우지도 못한 10대 학생 수백명을 잃었는데 이번엔 청춘들을 잃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죽은 뒤에 약방문을 쓴다) 정책을 쏟아내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세월호 때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줄을 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비롯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불법재산 형성을 방지하고 추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부도난 세모그룹의 부채를 탕감받고 그룹 경영권을 다시 회복 받았던 점을 감안해 회사 부실에 책임 있는 사주가 기업회생절차를 악용해 경영권을 되찾는 사례를 막기 위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도 여러 건 발의했다.
이번에도 국회의원들은 법안 발의에 나섰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이후 전봉민 의원 등 22명, 정우택 의원 등 10명, 임오경 의원 등 10명은 각각`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제안 이유로 의원들은 “대규모 축제에서 축제의 주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 안전관리 조치가 미흡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게 됐다”며 “이런 입법적 미비사항을 보완하고자 다수의 참여가 예상되는 축제가 개최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축제의 주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에도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많은 법률안이 발의됐음에도 국민은 불안해 한다.
상처는 아물어도 마음의 흉터는 남는 법.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들은 배 타는 것도 바다를 보는 것도 두려워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것을 봐도 세월호가 떠올라 우울해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수학여행을 가는 자녀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는 코로나 셧다운을 겪었다. 학생들은 등교를 하지 못했다. 집이 교실이었고 운동장이었고 급식실이었다. 온라인으로 입학식이나 졸업식도 지켜봤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가족 외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사랑방이었던 카페나 목욕탕은 갈 수 없었다.
이태원 사태 이후엔 사람이 몰려 있는 공간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하는 심리적 셧다운을 겪고 있다. 출퇴근길 이용하는 전철 안에선 숨이 막혀 힘들어했고 골목길을 지나가는 것 자체가 공포로 다가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었다”며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 중단, 혐오 표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형 참사를 겪을 때마다 국민은 마음의 상처로 고통받는다. 국가를 믿는 게 맞는지 나의 삶은 안전한지 고민한다. 정작 국민을 안심시키고 우산 역할을 해줘야 할 정치인들은 어디 갔을까? 이 와중에 정치인들의 의정비 인상 소식이 들려온다.
충북도의회는 3900만원인 월정수당을 내년엔 4122만원(5.7%)으로 올리기로 했다. 청주시를 비롯해 도내 자치단체 역시 내년에 의원들의 월정수당을 인상한다. 괴산군은 1.4%, 보은군과 음성군은 각 15%, 진천군은 4%, 단양군은 13%, 청주시는 5%, 제천시는 7%, 증평군은 9%, 영동군은 17% 오른다.
민생에는 미적대는 정치인들이 의정비 인상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껏 못한 밥값을 내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