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은하수가 가장 잘 보이는 계절은 여름이다.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원반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방향보다 훨씬 많은 수의 별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여름 밤하늘을 온전하게 관찰할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강한 햇볕의 영향으로 구름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은하수의 순 우리말이 제주도의 방언인 `미리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미리는 `미르'에서 변형된 것으로 용을 의미하며 `내'는 시냇물을 뜻한다. 즉, 용이 사는 시냇물 혹은 용과 같이 긴 시냇물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은하수를 구성하는 별 중에는 밝은 별도 있지만 대부분 어두운 별들이다.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별들을 `잔별'이라고 불렀다. 잔별은 `싸라기별'이라고도 하는데, 싸라기는 쌀의 부스러기를 말한다. 부스러기라고 해서 귀중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금싸라기'라는 말이 있듯이 부스러기마저 소중할 정도로 작지만 귀중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도시를 벗어나 빛이 많이 없는 곳으로 가면 쏟아질 듯한 별빛에 감탄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손에 꼽히는 화사한 밝은 별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수많은 잔별이 함께 빛나주기 때문에 밝은 별도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북극성은 우리말로 붙박이별이라고 한다. 붙박이별과 가까이에서 회전하는 별자리 중 하나가 카시오페이아 자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닻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닻별'이라고 불렀다.
태양과 달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천체는 금성이다. 지구와 가까운데다 유황 성분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구름이 햇빛을 잘 반사시키기 때문이다.
공전궤도의 특성상 해진 뒤 금성이 관측된다면 서쪽 하늘에서 보이게 되는데, 이를 개밥바라기라고 한다. 새벽부터 일 나간 주인을 기다리던 개가 배가 고파서 서쪽 하늘의 밝은 금성을 보고 짖으며 주인을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대로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뜨는 금성을 샛별이라고 하는데, `새'가 동쪽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하다.
유성이나 혜성과 관련한 우리말도 있다. 유성은 우주 공간에 떠돌던 먼지나 암석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와 지구 대기권에서 마찰에 의해 불타는 현상이다. 우리말로는 별똥별이라고 하며, 모두 타지 못하고 지구로 추락한 운석은 우리말로 별똥돌이라고 한다.
혜성은 태양 주위를 도는 얼음과 먼지의 복합체이다. 태양에 의해 얼음이 증발되면서 먼지와 가스가 발생해 긴 꼬리가 만들어진다. 혜성은 우리말로 살별이라고 하는데, 햇살, 화살, 물살처럼 `살'은 뻗어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살별은 꼬리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여우별이라는 귀여운 우리말도 있다. 여우별은 구름이 지나가는 사이로 잠깐 보이는 별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구름 사이로 잠깐 보였다가 사라지는 햇볕을 여우볕, 잠깐 내리다가 그치는 비를 여우비라고 불렀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코로나19도 여우코로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