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더스테이지 더 무비 BTS 무대 뒷이야기 그려 연일 상승세
‘음악’을 내세운 영화들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영국 출신 전설적인 밴드 ‘퀸’을 다룬 극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와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다큐멘터리 영화 ‘번더스테이지 : 더 무비’(감독 박준수)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17일 1105개 스크린에서 3818회 상영하며 32만6373명을 끌어모아 누적 관객 수 281만8762명을 기록 중이다.
이미 올해 음악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인 ‘맘마미아!2’(229만 명)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었다. 18일 300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소외된 아웃사이더에서 록 밴드 ‘퀸’의 전설이 된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이야기다. 머큐리의 고뇌와 방황, 밴드 멤버들과의 갈등 등 섬세한 내면 묘사가 명곡들과 어우러진다.
사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전 국내 흥행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혔다. 퀸과 머큐리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으나 록과 성소수자는 흥행 요소가 아니어서다. 머큐리 역의 라미 말렉(37)의 인지도도 낮았다.
하지만 ‘퀸 세대’인 40~50대 위주로 관객이 몰리고, SNS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영화를 보면서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이 흥행 주역이다.
CGV의 다면상영시스템 관인 ‘스크린X’ 위주로 상영되는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은 실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쭈빗거리다가 중반에 퀸의 대표곡으로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는 ‘위 윌 록 유’가 흘러나오자 드디어 흥얼거림을 시작한다.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극의 종반부.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에티오피아 난민 돕기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서 화룡점정 한다. 이런 쾌감 덕분에 ‘N차 관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방송사 ABC뉴스는 이를 흥미롭게 여기며 ‘보헤미안 랩소디’ 한국 흥행 소식과, 관객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영화 흥행 열풍은 음원 차트로 번지고 있다. 영화와 동명 곡이자 퀸의 대표곡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18일 오전 현재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종합 차트 46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팝 밴드 ‘머룬5’,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렛 잇 고’ 등을 제외하고 멜론 톱100에 해외 가수의 곡이 진입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것도 30여 년 전 곡이 차트를 역주행했다. 이날 네이버뮤직에서도 해외 팝으로는 이례적으로 종합차트에서 13위에 오르는 등 반짝 인기가 아니라,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아이 워즈 본 투 러브 유’ ‘돈트 스톱 미 나우’ ‘위 아 더 챔피언’ ‘위 윌 록 유’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등 영화에 등장한 퀸의 다른 명곡도 각 음원 차트 상위권에 포진했다.
물리적인 앨범 판매량 역시 늘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 OST는 예스24와 인터파크에서 OST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음반 유통사 유니버설뮤직은 “단순히 기성세대의 추억 소비를 넘어 아이돌 타깃이었던 10대와 20대까지 퀸의 음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번더스테이지 더 무비’ 역시 극장가에 만만치 않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유튜브가 공동 제작했다. 유튜브가 올해 상반기 유료 채널 ‘유튜브 레드’에 ‘번 더 스테이지’라는 제명으로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바탕 삼아 미공개 영상을 더해 극장판으로 만든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돈 월드투어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 모습을 담았다. 방탄소년단은 이 투어로 300여 일 동안 19개 도시에서 40회 공연하며 55만 명을 끌어모았다.
이 영화는 개봉 첫 날인 1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전국 관객 7만7263명을 들였다. 인기 아이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앉힌 ‘빅뱅 메이드’(5만6200명) 기록을 하루 만에 깼다. 기세는 줄지 않아 17일 하루에만 200개 스크린에서 533회 상영하며 6만1242명을 들였다. 누적 관객 수는 18만245명이다.
‘2019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6일 오후 강남역 CGV는 금요일 낮임에도 객석이 가득 찼다. 외국 관객도 눈에 띄었다. ‘번더스테이지 더 무비’는 국내뿐 아니라 70여 개국에서 동시개봉했는데 온라인 기사 등 댓글에는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이 영화를 봤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돌을 스크린으로 옮겨내는 시도는 과거에도 이미 여러 번 있었다. ‘젝스키스’의 ‘세븐틴’(1998), ‘H.O.T’의 ‘평화의 시대’(2000), ‘슈퍼주니어’의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2007) 등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가공된 드라마여서 아이돌의 모습을 제대로 톺아보지는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번더스테이지 더 무비’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속살을 파고든다. 무대 위보다 무대 뒤 방탄소년단 모습에 방점을 찍는다.
빠듯한 스케줄에 몸이 망가져 괴로워하다가도 무대 위에서는 티를 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공항과 무대만 전전하다가 잠깐 틈이 나 길거리를 걸으면서 “땅을 밟는다”고 설레는 모습, 콘서트 후 회식 자리에서 스태프들과 술을 마시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모습 등이다. 관객들은 영화 속 멤버들의 장난에 웃고, 부상으로 누워 있는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방탄소년단은 영화에서 일곱 멤버와 팬클럽 ‘아미’가 ‘함께한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인기에는 이들의 화려한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도 포함돼 있음을 ‘번더스테이지 더 무비’는 보여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