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답이 없다
청주대 답이 없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1.30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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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청주대가 또다시 시끄럽다.

한 두 번도 아니다 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청주대 노동조합은 30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시행한 결과 참석인원 67명 중 57명이 찬성해 파업권을 획득했다. 어떤 방식으로 파업이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2주기 평가를 앞둔 대학이나 이런 시점에 파업해야 하는 대학노조 모두 힘든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청주대는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추진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된 이후 4년 연속 부실대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년 연속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흔치 않은 일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 사정도 좋을 리가 없다. 학생 정원은 대폭 감소했고, 구성원 간 갈등과 반목도 4년 연속 지속했다. 학교 이미지 역시 실추됐고 항간에는 취업 시장에서 청주대 출신은 서류전형부터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도 구성원들이 위기감을 느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청주대만큼은 예외인 모양이다.

위기를 구성원들이 오히려 실리를 챙기는 호기로 삼는다면 대학은 살아날 수가 없다.

지역민들의 바람은 7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충북의 대표 사학인 청주대가 위기를 딛고 옛명성을 찾는 것이다. 명성을 회복하는 것도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결국은 구성원 손에 달렸다.

청주대 노조가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눈 감았던 대학과 법인을 향해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복리 증진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하필이면 2주기 평가를 앞둔 시점에 파업을 감행해야 하는 점이다.

청주대 노조의 파업 소식을 들은 도내 모 대학 관계자의 첫 마디는 “청주대 그러면 힘들 텐데”였다.

충북 지역 다른 대학들은 2주기 평가를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어떤 대학은 학교가 시끄럽다고 소문나면 평가 항목 중 법인 지표 점수에 영향을 미칠까 봐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도 10분 만에 끝냈다. 또 다른 대학들은 줄어든 재정을 만회하기 위해 교직원들이 발벗고 나서서 도서관 의자 하나 갖기 운동을 추진하거나 한 사람이 3년 동안 매월 1만원씩 기부하는 1-3-1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과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원대는 무주공산으로 20년 내홍을 겪었다. 그동안 임명됐던 총장도 줄줄이 끌어내렸고, 구성원 간 갈등도 심화됐다.

주인 없는 20년 지역사회는 대학을 외면했고, 졸업생들도 모교에 등을 돌렸다. 현 손용기 이사장이 서원학원을 인수한 그 해 서원대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됐지만 구성원들은 임금을 동결하고 힘을 합쳐 대학 살리기에 앞장섰다.

최근에 서원대 직원노조는 학원 발전기금 2500만원을 손용기 서원학원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향숙 노조지부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수년째 임금이 동결됐지만 서원대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키우는 학생들을 위해 조합원 전체가 기금조성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평가를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는 하위 40% 대학을 대상으로 2만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것과 함께 재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으로 재학생들이 취업에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들의 미래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학생이 없다면 대학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위기 상황에서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는 청주대 구성원들을 보면 대학의 미래는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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