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탄생
시베리아 횡단 열차-탄생
  • 김태옥 충북대학교 러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 승인 2025.03.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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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본 여행객들에게조차 러시아는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로 다가온다.

러시아에 대한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들, 해묵거나 낡은 고정관념들이 이들로 하여금 전쟁이 아니더라도 러시아행 항공권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러시아에 대한 설렘, 두근거림, 기대감, 그것을 뒤따르는 이 나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 근거를 알 수 없는 공포들을 떨쳐버린다면 러시아는 너무나도 특별한, 멀고도 가까운 이웃 나라로 다가올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장장 9288km의 거리, 서울과 부산을 잇는 도로의 20배나 되는 이 대륙횡단열차 타는 것을 생의 큰 로망, 버킷리스트로 삼는 이들이 많다. 6박 7일, 일곱 번이나 시침을 바꿔야 하는 이 장엄한 여정의 첫 시작을 이 지면을 통해 해볼까 한다.

1891년 러시아 제국의 황태자, 향후 니콜라이 2세가 되는 니콜라이 로마노프는 5월3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공식 참석을 위해 가던 도중 잠시 일본 오쓰라는 곳에 들렀다가 일본 경찰관 쓰다 산조에게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는다.

이에 앞선 1년 전 1890년 4월, 안톤 체호프는 손수 여행 경비를 마련하여 아직 철도가 놓여 있지 않던 시베리아 지역을 마차와 배를 이용하여 3개월에 걸쳐 횡단하여 사할린 섬에 도착, 여기서 보고 경험하고 연구한 내용들을 엮어 1893년 ‘사할린 섬’이라는 책을 발표하기도 한다.

1899년 일제에 의해 경인선이 완공되고, 극동지역에서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을 비롯한 서구열강들의 입지가 점차 공고해지자 1853~1856년 크림전쟁의 패배 원인 중 하나를 군용물자와 군병력 수송에서의 문제, 즉 철도의 부재에 두고 있었던 러시아 정부는 난공사구간이었던 아무르 구간 늪지대 공사를 제쳐두고 러시아 치타에서 하얼빈을 관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중동 철도 노선을 먼저 완공한다.

1903년 완공된 동청철도 노선은 북만주를 통과하는 최초의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극동 통과 노선이 되었다. 만일 이 동청철도가 없었더라면 당시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하얼빈이 현재와 같은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며, 1909년 10월 26일, 동청철도 매입을 위해 하얼빈을 찾았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의거 또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와 아무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이국적인 설국열차와도 같은 먼 나라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즉 동청철도를 비롯해 극동 시베리아 철도노선 공사에 우리 조선인들의 노동력도 상당수 투입되었다.

러시아와 우리나라는 철도 궤간이 상이하다. 러시아 철도는 1520mm 광궤, 우리는 1435mm 표준궤를 하고 있다.하지만, 한반도의 철도가 1896년 아관파천을 통해 표준궤가 아닌 러시아식 광궤로 부설될 상황에 놓인 적도 있다. 

고종이 직접 이를 명하였지만, 이후 지속된 미국과 영국, 일본의 압력으로 한반도는 결국 광궤가 아닌 표준궤로 철도를 부설해야만 했다. 한반도의 철도가 표준궤가 아닌 러시아식 광궤로 부설되었더라면? 역사는 이러한 아이러니, 물음표의 연속이다.

1903년 첫 완공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바이칼 통과 구간은 주변의 산악지대와 암반 구간으로 인해 바이칼을 우회하는 노선을 완공하지 못하고 바이칼 호수를 항해하는 배 내부에 직접 선로를 깔아 열차 전체를 배에 집어넣어 맞은편 부랴트공화국으로 직선 방향으로 실어 날라야 했다.

러일전쟁이 시작되자 바이칼을 우회하는 지상 노선 공사를 서둘러 이듬해 1904년 완공하게 되지만 이미 기울어진 러일전쟁의 판세를 뒤집는 데에는 특별한 기여를 하지는 못했다. 12년의 세월이 흐른 1916년 러시아는 아무르강 일대의 공사를 마무리하며 중국의 영토가 아닌 온전히 러시아의 영토만을 통과하는 최초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완공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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