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유례없는 상황에 “황당·당혹스럽다”
경찰대 동기 김학관 충북청장 속내 복잡할 듯
“계엄사태로 인해 경찰 전체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앞으로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충북경찰청 소속 A총경)
“절차에 따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은 예측했지만 이렇게 빨리 체포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청주흥덕경찰서 B경감)
조지호 경찰청장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이 지휘하는 경찰에 긴급체포되면서 충북경찰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하루아침에 14만 경찰을 대표하는 총수가 유치장에 구금되고, 불명예 퇴진까지 앞둔 현실을 마주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얼굴에는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이 교차했다.
조 청장은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약 11시간여 만인 이튿날 오전 3시30분쯤 긴급체포됐다.
조 청장은 오전 3시42분쯤 경찰 호송차를 타고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유치됐다.
경북 청송 출신의 경찰대 6기인 조 청장은 현 정부 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인사검증 업무를 맡았고 이후 반년 만에 두 계급을 승진하는 파격적 인사 끝에 지난 8월 경찰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넉 달 만에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가시화됐다. 공교롭게도 국회에서도 계엄 사태를 고리로 조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12일 표결을 앞두고 있다.
총수의 긴급체포 소식이 알려진 11일 충북경찰청을 비롯한 도내 일선서는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다.
청주흥덕서 한 간부는 “조 청장이 수순대로 절차를 밟고 구속될 것이라는 분위기는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긴급체포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런 적은 처음 있는 일이라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청주청원경찰서 한 간부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기에 사전에 마음가짐이나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를 했다”며 “이럴 때일수록 실수하지 말고 기본근무에 충실하자는 내부지침에 따라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선지구대 경찰관은 “현직 청장이 이렇게 긴급체포되는 건 처음 본다”며 “더군다나 혐의가 `내란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조 청장과 경찰대 동기인 김학관(57) 충북경찰청장도 주변에 당혹스러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김학관 청장이 몇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 8월 인사에서 고향인 충북청장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동기인 조지호 청장 덕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런 관계를 고려할 때 김 청장의 속내는 매우 복잡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학관 청장은 조 청장이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 10일 오후 4시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도내 지휘관급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김 청장은 회의에서 직원들은 연가 사용 등 평상시처럼 자유롭게 근무하되, 중간간부 이상급은 되도록 연가를 자제하고 관리체계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성진·이용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