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우리 가족은 정들었던 보금자리를 떠나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로 바쁜 나날 중 문득 살펴보니 그동안 잘 자라오던 화초들이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바뀐 환경 탓인가 싶어 황급히 온습도계를 비치하고 스마트폰 물주기 어플도 사용해가며 관리해 주니 다행스럽게 싱그러운 새잎을 내주었다.
환경에 대한 대응이 어디 화초만의 문제일까? 수 백년의 시간을 버텨온 우리 문화유산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 견뎌온 문화유산도 제대로 된 환경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한 순간에 손상되어 버릴 수도 있다. 대부분의 문화유산은 긴긴 세월 속에서 이미 자연적으로 손상이 진행된 상태이기에, 더 이상의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화유산의 수명은 어떤 환경에 보존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보존 환경이 중요하다. 따라서 문화유산의 지속적인 보존과 안전하고 적절한 보존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점검을 통한 예방보존이 필수적이라 할수 있다.
금속, 나무, 종이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온·습도, 빛, 해충, 균 등의 위험 요소에 대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점검해야 한다. 온·습도는 문화유산 보존의 기본 요소로 특히 장마철 높은 온·습도는 유물을 녹슬게 하고 충해의 번식에 유리한 조건이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반대로 습도를 너무 낮추면 균열, 변형이 생길 수 있어 유물의 재질에 따른 적정한 온·습도의 유지가 중요하다. 충해나 곰팡이 같은 생물들은 나무, 종이로 만들어진 유기질 자료에 치명적인데 친환경적인 방충·방균제를 사용하여 소독하고 주기적인 관리를 통해 새로운 해충의 유입을 막아 예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점검 사항과 함께 유물의 외관, 색상 변화, 균열 등을 확인해 필요한 보존 조치를 사전에 취해 최상의 상태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기별로 점검 일정을 설정해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환경의 변화를 분석하고 유물의 상태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은 각 지역 전시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점검·관리와 보존환경 조성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소장처에서 보관하고 있는 소장 유물의 손상 예방을 위해 유물의 상태를 점검하고, 손상이 진행된 유물에 대해서는 경미수리와 더불어 전문 보존처리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또한, 보존환경 모니터링을 위해 매회 온·습도를 과학적 장비로 측정하고 결과를 분석하여 변동 추이를 분석하고, 친환경 방균·방충제를 사용하여 소장처의 공간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지자체와 전문기관의 관리 안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도 있는 반면, 아직 보존관리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소장처들도 다수 존재한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인해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시간 속으로 사그러져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매우 가슴아픈 일이다.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은 단순한 관리 활동이 아닌 우리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리는 문화유산은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이러한 유산이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우리 후손에게 온전히 전해지기 위해서는 예방보존이 필수적이다. 문화유산을 위한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우리 충북의 정체성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게 전할 소중한 유산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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