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순수한 우리말인 `봄'은 `보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얼었던 땅이 녹고 새싹이 움트는 대지에 생기가 넘치는 모습을 `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봄이 올해도 어김없이 오고 있지만, 올해의 봄은 사뭇 남다르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봄을 보지 못했지만, 이제 마스크도 벗고, 거리두기도 없는 코로나 이전의 아름다운 봄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추위가 풀리고 날이 따뜻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의 코로나 속박에서 벗어나 삼삼오오 모여 봄 길을 걷고자 할 텐데, 우리가 쉽게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산기슭과 물가에 조성된 데크 길이다.
십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둘레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공원과 하천, 저수지, 강변 등 주요 관광지에 이와같은 데크 길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친숙한 길이 되었는데, 이 목재 데크 길은 과연 안전한가?
충북도 재난안전실에서는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이 데크 길에 대해 최근 전반적인 현장 조사와 관련 법령 등을 분석한 결과, 데크 설치 시에 별도의 안전기준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데크는 법령상 안전기준이 정해져 있는 소규모 공공시설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고, 그냥 단순한 조경 시설물로 분류되어 있어 별도의 안전 및 유지관리 기준에 대한 법령이나 지침이 없어 안전사고에 대비한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데크 길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위험한 물가 주변에 많이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는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별도의 안전기준이 없다는 것은 안전 분야에 있어서 커다란 허점이 아닐 수 없다.
충북도만 하더라도 현재 총189개소 66.4㎞의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10여년이 지난 데크길은 노후화되고 있지만 별도의 보수지침조차 없는 실정이며, 이러한 현상은 계속 늘어날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충북도 재난안전실에서 데크 길의 위험요인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돌입하여 자체적으로 데크 설계, 시공, 유지관리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였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자칫 데크 보행자들이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이와같은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기에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에도 이러한 문제점 개선을 건의하고, 관련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행 소규모 공공시설 안전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6개의 소규모 공공시설(소교량, 세천, 취입보, 마을진입로, 농로, 낙차공)을 정하고 있지만, 데크 길은 물가 등 주로 위험지역에 설치되어 만약 사고 발생 시 다수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안전기준이 전무하고 정기적인 보수 등의 유지관리 계획도 없으므로 다. 더구나 영조물 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끄럼 주의나 경고 표지판도 없고, 하물며 시설물 관리자의 연락처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 5월 강원도 화천군에서는 부실시공으로 생태탐방로 보행 데크가 파손되어 보행자 21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고, 2018년에는 경기도 파주시 마장호수 수변 데크 길 기초부의 토사가 유실되는 등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아찔한 경우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북도의 발빠른 대처가 더 이상의 안전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계기를 만들었고, 더욱이 전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전국적 파급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생활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시키는 모범사례임이 틀림없다.
안전사고의 최대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다. 우리가 보다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 모두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해소해야 하고, 생활주변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하여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