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늪에서 벗어나 청주 권리 찾기에 나서자
분열의 늪에서 벗어나 청주 권리 찾기에 나서자
  • 이형모 선임기자
  • 승인 2022.10.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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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청주시와 시민단체의 갈등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시청사 철거를 놓고 행정 권력 대(對) 시민 권력의 첨예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청주시는 본관 철거와 설계 재공모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시민단체는 문화재청을 끌어들여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소통은 실종된 상태다. 물가가 치솟아 삶이 더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양보없는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시민의 마음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는 지난달 28일 옛 시청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적 절차를 외면하고 혈세 낭비를 초래하는 아마추어 행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범석 시장 취임 이후 본관의 문화재적 가치와 사회적 합의가 일순간에 부정당했다”며 “하루아침에 본관 보존에서 철거로 입장을 바꾼 뒤 설계 재공모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합의를 존중해 본관 철거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시장이 바뀌면서 본관 존치 결정이 뒤집힌데 대해 불만을 보이는 시민단체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다만 전문가 조사와 시민 공감대 형성에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다.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고 문화유산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시민 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범석 시장은 지방선거때 본관동을 철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따라서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철거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신청사건립태스크포스(TF)가 본관 철거와 새 청사 재설계 의견을 제시한 점은 그에게는 철거 명분을 준 셈이다.

TF는 본관동을 철거해야 하는 이유로 정밀 안전진단 D등급, 한해 5억4천만원의 유지관리비, 존치 공사에 따른 터파기·흙막이 등 34억원의 추가 공사비 발생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다만 본관동을 철거하되 역사성 등이 있는 만큼 터와 핵심축 보존 등 흔적을 남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맞서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전임 시장 시절 사회적 합의 이행과 전문가 조사, 시민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경제상황이 엄중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고물가뿐만 아니라 고금리·고환율의 `3고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수출 둔화와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쳐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때 시청사 본관 철거 문제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인지 시민들은 아리송하다. 오히려 임기초반 시장과 시민단체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지금은 청주의 미래를 위해 시와 시민단체가 협치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김영환 지사는 지난 21일 대통령실을 찾아 지역 현안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면서 “충북은 수도권과 충청권, 전북도까지 3500만명에게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지만 각종 규제로 경제적 손실만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수십년간 백두대간으로 인해 교통이 단절돼 인구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더는 국가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충북지원특별법 제정을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제 청주시와 시민들이 나설 차례다. 대청댐 주변이 규제에 발이 묶이고 비싼 물값을 지불하는 청주의 상황을 바꿔야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시와 시민단체는 본관동 철거 갈등의 늪에서 벗어나 청주의 권리를 찾기 위해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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