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도지사 당선인이 자비로 거처를 마련하면서 관사(官舍)를 쓰지 않는 첫 충북지사가 됐다. 시대흐름에 맞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김 당선인은 도지사 관사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최근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 호미지구의 한 아파트를 반전세로 구했다. 모든 비용은 김 당선인이 사비로 충당한다. 이사는 다음달 24~25일쯤 할 예정이다. 이사 전까지는 아들 부부가 살고 있는 괴산군 청천면의 농가주택에 거주하며 충북도청으로 출퇴근한다.
관사는 관청에서 내주는 관리들이 사는 집을 말한다. 주로 고위급 관료나 비연고지에 발령받은 공무원들의 주거지로 사용된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전면 도입이전인 관선 단체장 시절엔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관사가 필요했다. 비연고자가 단체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구에 주소를 둔 사람만이 출마가 가능한 현행 제도에서는 관사가 사실상 필요없게 됐다.
하지만 구시대의 유물인 관사의 명맥은 끈덕지게 이어져 왔다.
충북지사 관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부터 운영돼 왔다.
충북도청 본관이 충주에서 지금의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자리로 이전하면서 1939년 지어졌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1939년 지어진 옛 관사는 1대 윤하영 도지사부터 제14대 김효영 도지사까지 사용했고 1969년 신축한 신 관사는 제15대 정해식 도지사부터 제32대 정우택 도지사까지 41년간 썼다.
이후 2010년 7월 9일 민선 5기 제33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취임과 동시에 관사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인 `충북문화관'으로 바꿔 전면 개방했다.
그러나 이시종 지사는 관사를 개방하는 대신 청주시 사직동의 한 아파트를 도 예산으로 임대해 사용하면서 관사의 명맥이 유지됐다.
도는 애초 1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했던 이 아파트를 2011년 7월 3억6500여만원에 매입했다.
관사는 각 기관장이나 고위직의 주거를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통상 운영비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관사 거주를 통해 아낀 주거비로 기관장과 그 가족이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등 `재테크'용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자체장 공관을 보유한 지자체는 19곳이다. 광역지자체는 충북·부산·경기·강원·전북·경북·경남·대구·충남·전남 등 10곳이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충북 보은군·괴산군, 경기 용인시·여주시, 충남 서천군, 전남 광양시·고흥군·무안군·완도군 등 9곳에 공관이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지난 4월 말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자체장 공관 운영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각 지자체가 조례 개정을 통해 공관 운영을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폐지하지 않는 지자체 공관은 운영비·면적 등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같은 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공관을 전수조사해 호화 공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관사의 규모 및 사용 기준을 정립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김 당선인의 관사 폐지 결정이 아직 군수관사 처리방향을 밝히지 않은 괴산군과 보은군, 다른 기관단체장이나 대학총장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