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물량 감소·저금리 기조·전세 월세화 등 영향
직장인 석모씨(51)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5월에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해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할 처지다. 급하게 이사 갈 집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있지만 마땅한 전셋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석씨는 “이사가야할 시기는 다가오는 데 아파트나 단독주택 모두 전세는 씨가 말랐다”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부터 전셋값 상승과 전세 물건 부족으로 청주지역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추면서 도내 아파트 전세시장은 올해 들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3월 도내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20%가 올랐다.
도내 전세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했다.
청주시 상당구의 경우 이달 ㎡당 평균 전세가는 16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42만원)에 비해 20만원이 올랐다. 84㎡ 아파트를 기준으로1680만원이 오른것것이다.
서원구 ㎡당 16만원, 청원구 ㎡당 23만원이 상승했다.
특히 흥덕구는 ㎡당 평균 전세가가 1년 전에 비해 33만원이 상승해 청주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역시 84㎡ 아파트를 기준으로 2770만원이 올랐다.
이같은 전세난이 당분간 계속될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4~5월 입주 물량이 2000가구 이하로 떨어져 봄 이사철에 전세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4~6월 충북의 아파트 입주물량(임대포함)은 1079가구로 1분기에 비해 1990가구가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올해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분기에 몰리다 보니 이사철 성수기인 4~5월에는 크게 줄어든다”며 “물량 부족으로 전세 매물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 해당 아파트의 약 70%가 전·월세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데, 입주 물량이 줄며 전세 매물도 덩달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도내 아파트 전세 가격이 오르고 물량이 부족한 것은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입주 물량마저 줄어 당장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들은 매물을 찾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기존 임차인이 전셋집에 2년 더 머무는 경우가 늘어 전세 매물이 급감한데다 4년치 전셋값을 한꺼번에 받으려는 임대인이 늘어 전세보증금이 껑충 뛰었다.
전세시장이 급속히 월세화하고 있는 것도 전세 매물 품귀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입주 물량 감소, 저금리 기조, 전세의 월세화가 아파트 전세 품귀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박사부동산 이명례 대표는 “임차인이 전셋집에 2년을 더 머물 수 있게 되면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세가격은 오르고 물량은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모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