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이수연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9.02.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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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를 말하다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1889년 우리나라에 처음 기차가 운행되기 시작한 것이 경인선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7년 개통된 수인선은 일본이 한국의 근대화를 위한 것이 아닌, 경기도 여주, 이천쌀을 가져가기 쉽게 열차를 부설한 것이었다.

일본의 약탈수단으로 개설된 73.4Km인 수여선 이후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선의 총구간 길이 52Km의 폭 좁은 (76.2Cm)협궤노선으로 15곳의 정거장을 거쳐 운행했다. 그 후 수여선은 1972년 3월 폐선됐고, 수인선은 6·25동란 중 잠시 멈췄다가 1995년 말까지 운행됐다.

70년대 초 사진에 입문하여 꿈을 키워 온 사진가 이수연이 수인선을 처음 만난 것은 1981년이다. 처음에는 협궤열차 타고 사리포구에 가는 것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수인선을 따라가면서 만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카메라를 들었다.

변변한 역사도 없이 노천에 가까운 철로변에서 열차에 오르는 승객들의 표정이 이채로웠다. 소래의 새우젓시장은 사리포구와 함께 수인선을 따라가면서 만나는 두 번째 바다였고, 송도에는 제법 볼거리가 있었다. 이보다 더한 진풍경은 열차에서 만난 승객들이었다.

특별한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사진 작업을 하던 중 수인선 협궤열차가 사라질 것이라는 신문 보도를 접했다. 오지에 가까운 수인선의 모습이 급격하게 사라져 갔다. 그의 손에 들린 카메라에 불이 댕겨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인선 협궤열차는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그의 마음속에 밀려왔다.

그로부터 1994년 8월 31일 전철 안산선의 주변까지 단축된 수인선이 1년4개월 후인 1995년12월31일 완전히 끝을 맺었다.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수인선 협궤열차에 대한 고민과 계획으로 머리를 앓았다. 그동안 찍은 수인선 협궤열차 사진들을 들추어 내고 하나하나 살피면서 언제일지 모를 수인선 끊김에 자신의 정열을 채찍질해대었다.

협궤열차 안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웃음을 나눈 보통 사람들의 얼굴에서부터, 그들의 삶에 서린 사연들을 필름에 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선을 넓혀갔다. 수많은 사연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간이 역은 물론 그것들에 오랫동안 스며 내려온 것들을 찍고 또 찍었다.

수인선 협궤열차가 멈추고 황량함만이 세상을 서성이고 있을 때 그는 아직도 카메라를 들고 그 철길을 따라 걷고, 보고, 느끼면서 필름에 담았다. 아직 기록하지 못한 그 무엇이 또 있을지 모른다는 선입감 하나 마음에 품고 매달렸다.

그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자주 목격됐다. 없어진 수인선 철길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열차가 오고 가던 주변에서 하염없이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 초점 잃은 눈으로 철길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그는 협궤열차는 끊겨 없어지고, 황망하게 떠나 다시 오지 않을 그 무엇을 기다리는 듯한 많은 일면을 계속 사진으로 기록했다.

사망선고가 내려지고, 세상에서 사라져간 폐선된 수인선은 이제 자신의 육체가 망각과 무관심의 풍화작용으로 서서히 부식해갔고, 들어갈 틈 없이 등 돌려버린 세상의 몰인심 속에 잡초로 덮여갔다. 어느 날 그 녹슨 철길마저 모두 걷히고, 뒤뚱거리는 꼬마열차가 하루 몇 번 지나갔다는 기억이 전설로나마 떠돌아 든다면 하는 것이 사진가인 그의 바람으로 남았다.

1955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평택으로 와 사는 그는 지금도 잊지 못하는 진한 기억이 있다. 열차에서 만나고 헤어진 그 사람들은 물론이고 마지막 운행에서 만난 아쉬움의 얼굴들이 두고두고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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