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을 기리다
뮤지컬, 영웅을 기리다
  • 신찬인 수필가
  • 승인 2024.06.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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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신찬인 수필가
신찬인 수필가

 

청주시민대학에서 뮤지컬 과정을 개설했다. 과정 중에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웅'에 관심이 끌렸다. 뮤지컬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뮤지컬이 어떤 장르의 예술인지 알지 못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노래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공연이라고 한다.

생소한 분야였기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참여했다. 뮤지컬 과정에 참여한 것은 오로지 안중근 의사를 대상으로 한`영웅'이라는 노래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내가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내가 안중근 의사를 진정으로 이해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 종종 독립군이 되는 상상을 했었다. 말 안장에 장총을 비스듬히 걸고, 털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눈보라를 헤치며 말달리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광활한 만주벌판을 누비며 일본군을 무찌르는 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청산리전투나 봉오동전투가 그랬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독립운동을 그저 낭만적인 거사로 이해했던 것 같다.

그러다 이문열 작가의 `불멸'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고, 후에 김훈 작가의 `하얼빈'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당시의 독립운동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처절한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안중근 의사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다. 재산 대부분을 민족의 교육사업을 위해 투척했고, 끝내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 객지를 떠돌며 독립운동을 한다.

안중근 의사인들 어찌 가족이 보고 싶고, 고향이 그립지 않았겠는가. 앞날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였는데, 어찌 목숨이 아깝지 않았겠는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고, 배고픔과 고통을 견디며 이루어낸 의거였기에, 그분은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이다. 비록 우리 민족이 35년간 나라를 빼앗겼지만, 그렇게 의롭고 용기 있는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노래를 부르며 늘 안중근 의사의 마음을 헤아렸다. `어머니 서글피 우시던 모습, 날이 새면 만나질까 멀고 먼 고향 너무 그리워'를 부를 때면 애처로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배고픔과 추위에 떨며 연해주를 떠돌던 선생을 생각했다.

`하늘이시여 도와주소서, 우리 뜻 이루도록'을 부를 때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를 부를 때는 주먹을 불끈 쥐고 방아쇠를 당기는 선생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렇게 과정을 마치고 서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평생학습관 홀에서 공연했다.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잘 되었다. 누에가 실을 뽑듯 음정이 고르게 나오게 해라. 입 모양이 정확해야 발음이 정확해진다. 호흡을 깊고 길게 해라. 상상하면서 노래해야 감정이 살아난다. 일일이 노래와 안무를 지도해준 김혜영 선생님, 그리고 함께 공연했던 댄싱퀸, Memory, I have a dream팀 동료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노래를 기교 있게 부르기 위해서는 음정과 박자에 능숙해야 한다. 그러나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노래에 담겨 있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건 노래를 통해 감동을 주고받으며 세상과 교감하는 것이다. 세상은 무대요, 인간은 배우라고 하지 않던가. 잠시나마 흠모하던 안중근 의사 역할을 맡아, 그분을 생각하고 그분을 노래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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