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으로 치닫는 독일교육
경쟁으로 치닫는 독일교육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2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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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진이 본 외국의 교육현장
윤유진 <한국지방교육연구센터 전임연구위원>
윤유진 <한국지방교육연구센터 전임연구위원>

독일 프랑크프르트에서 핀란드의 헬싱키로 이동한 다음날인 3월 11일. 귀를 의심할 만한 놀라운 뉴스를 들었다.

독일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이었다. 최소 9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유럽의 보도 데스크를 긴장시키고 있었다. 독일에서 방금 넘어온 우리 팀은 당혹스러웠다. 검소하고 단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독일시민. 평화로웠던 독일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은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총격사건 주범의 교육환경을 알고, 일면 수긍이 가기도 했지만, 그 사건은 독일 교육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평소 외로움을 많이 타는 공포영화 수집광인 범인은 17세의 전문계 중등학교 졸업생이었다. 희생자는 학생 9명, 교사 3명, 일반인 3명이고 대부분 여성이었고 범인을 포함해 모두 16명이었다.

'팀 크레취머'로 알려진 범인은 학교 수업이 시작된 직후인 오전 9시30분경 모교인 '알베르빌 전문계중등학교'에서 9 베레타 권총을 무차별로 난사한 뒤 도주하다 추격에 나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결국 자살했다.

독일에서 아이들은 만 3세에서 만 6세까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기초학교에서, 그리고 5학년부터 3단계의 학교로 분류하여 진학한다. 성적에 따라 인문계와 전문계학교로 나뉜다.

김나지움이라는 인문계 중등학교를 13년 동안 다니거나, 전문계 중등학교인 레알슐레나 하우프트슐레를 각 10년 또는 9년을 다니게 된다. 그런데 최근 레알슐레나 하우프트슐레 전문계 중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학습 의욕이 떨어지고, 범죄에 빠지는 학생들이 늘어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2002년 OECD가 조사한 국제학력평가에서 32개국 중 21위에 충격을 받은 독일 정부는 방과 후에도 4일이상은 학교에 남아서 수업을 받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각 당은 선거 때마다 수업 강화, 교사 인원 증가, 교사의 질 향상, 평가 질 향상 등에 대해 일관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일 학교는 점점 성적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학교간, 학생간 경쟁을 부추기게 되니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점점 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4학년에 일찍 진로가 정해지게 되니 학생들은 일찍 좌절감을 맛보게 되고 그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가 조사한 자살률 1위국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최근 들어 연일 보도되는 동반자살 뉴스에도 10대가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과도한 긴장감과 초조함 속에서 자살을 감행하기까지 무수한 생각을 되풀이했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이들에게 보호막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더욱 부채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건 전날밤 '팀 크레취머'는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렸다. "모든 사람이 나를 우습게 안다. 아무도 나의 잠재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현실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던 아이는 결국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총을 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외국의 사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교육현장이 아이들의 고민을 충분히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쟁은 하되 경쟁이 최고가치가 아니며, 경쟁에서 낙오된 학생들에게 또다시 용기를 줄 수 있는 최소한 인간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교육정책의 구현이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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