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0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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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교의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 <전 언론인>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멧비둘기들의 구애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지금부터 멧비둘기의 합창은 여름까지 계속됩니다. 이제 새벽잠은 다 잤습니다.

엊그제 온 눈으로 축축해진 대지에 새 생명들이 꿈틀거립니다. 아직 녹지 않은 잔설을 비집고 나온 새싹들이 봄빛과 눈맞춤을 하고 두더지가 땅파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약초포지에 관동화(款冬花)가 피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겨울 끄트머리에 언 땅을 뚫고 나온다는 관동화는 국내서는 흔치 않은 약용식물로 복수초 다음으로 일찍 꽃이 피지요. 아직은 삭막한 땅에 늘어 붙은 듯 동전만하게 핀 노란꽃들이 앙증맞기 그지없습니다.

오늘은 또 아주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집 거실과 통하는 주방 창쪽에서 보이는 10여 미터 거리의 잣나무숲에 고라니가 나타난 것이지요. 겨우내 사냥꾼의 총부리를 피해 고생을 해서 그런지 까만 눈망울이 더 슬퍼 보이고 많이 야위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한 시간을 넘게 사진도 찍으면서 관찰을 했습니다.

이 잣나무숲은 평소에도 꿩, 너구리, 멧토끼, 고라니 등이 자주 오는 주변에 어우러져 사는 식구들의 휴식처나 다름 없는 곳입니다.

지난 2월로 허가기간이 끝났지만 말 나온 김에 순환수렵에 대해 한 말씀 드립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민들이 불안하고 불편해 합니다. 우리마을만 해도 축사의 젖소들이 유산을 하고, 산과 인접한 비닐하우스에 유탄이 우박처럼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아무데서나 쏴대는 총질에 "해전 총소리가 나서 불안햐 저렇게 총질을 해대면 씨가 마르겄잖어."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 했습니다.

웬만해서는 신고를 안하는 것이 농촌의 인심인데도 몇 번 경찰에 신고를 했었지만 워낙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려 한 번도 효과를 본 적이 없었지요.

순환수렵을 허가하는 구실은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많아지면 농작물을 해치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일정기간마다 수렵장을 개설하면 농작물 피해도 줄이면서 지자체의 돈벌이도 되니 일석이조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주민들은 아닙니다. 고라니가 콩싹을 잘라 먹고, 꿩이 옥수수 심은 밭을 파헤쳐도 그러려니 합니다. '먹어야 얼마나 먹겠느냐'는 것이지요.

아무리 좋은 제도도 국민들이, 주민들이 싫어하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 점을 우습게 알다가 큰코다친 역사적 사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큰코다치는 얘기가 나오니 걱정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서울시 여의도에서 매일 싸우시는 분들, 아예 귀까지 잡수셨는지 그렇게 국민들이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해도 드시곤도 안하고 드잡이를 하시네요. 이분들 정말 큰코다치실 날 머지않았습니다.

오늘이 경칩(驚蟄)입니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 입이 떨어지고 벌레들이 깨어난다는 날이지요. 올해는 봄이 빨라 벚꽃 등 봄꽃들의 개화기가 앞당겨 진답니다. 지지고 볶는데도 봄이 오기는 오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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