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가슴에 꽃피는 달이다
오월은 가슴에 꽃피는 달이다
  •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 승인 2024.05.08 1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의 문앞에서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오월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연보라빛 오동꽃 핀 저 화사한 산 하나를 들어다가 누군가의 가슴에 안겨주고 싶다했던 그 오월이다. 죽은 자에게도 산 자에게도 잊혀 질 수 없는 또다시 찔레꽃 피는 아침은 도종환 시인의 오월의 아침이다. 시인 김영랑이 모란이 뚝뚝 떨어지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려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겼을 그 어느 날도 오월의 어느 날이다. 연보라빛 오동꽃도 찔레꽃도 모란도 피고 지는 오월에는 감사의 꽃도 사랑의 꽃도 핀다.

푸르기에 어린이 세상인 오월은 근로자와 부부와 스승과 어버이의 달이기도 하다. 가정의 달이고 감사한 달이다.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을 담아 감사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위에 꽃 달아주는 달이다. 모정, 사랑, 부인의 애정 등의 꽃말을 가진 카네이션은 오월에는 두 번 꽃 피운다. 한번은 꽃줄기에서 한 번은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위에서 핀다.

음력 사월 초파일이 있는 오월은 부처님이 오신 달이기도 하다. 불교는 시작부터 꽃과 함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셔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을 때마다 그 자리에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연꽃은 부처님의 꽃이다. 또 연꽃의 생(生)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닮았다. 연꽃은 더러운 물에 뿌리내려 자란다. 그러나 절대 그 물에 물들지 않고 아름답고 맑고 향기롭게 꽃 피운다. 오악탁세(五惡濁世) 사바세계인 인토에 살면서도 그것에 물들지 않고 깨달음을 얻어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라는 불교의 가르침 그것과 닮았다. 또 꽃이 먼저 피고 열매가 맺는 다른 꽃과는 다르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 이것은 원인이 곧 결과라는 것은 불교의 근본 교의 중 하나인 인과(因果)와도 닮았다. 전자를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하고 후자를 화과동시(花果同時)라고 한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연꽃은 열 가지 덕(德)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연화십덕(蓮花十德)이라고 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대중이라면 꼭 지녀할 자세를 연꽃에 비유한 가르침이다.

이제염오 (離諸染汚) 연꽃은 진흙탕 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주변에 잘못된 것에 물들지 말고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불여악구(不與惡俱)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물지 않는다. 주변에 나쁜 것을 멀리하여 물들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계향충만(戒香充滿) 연꽃이 피면 물속의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로 가득하다. 향기 나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본체청정(本體淸淨) 어떤 곳에서도 푸르고 맑은 잎을 유지한다. 깨끗한 몸과 마음을 간직하라는 가르침이다.

면상희이(面相喜怡)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해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즐겁고 온화해 진다. 온화한 얼굴로 항상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라는 가르침이다.

유연불삽(柔軟不澁)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해서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부드럽고 유연한 자세와 마음으로 주변사람을 대하라는 가르침이다.

견자개길(見者皆吉) 꿈에 연꽃을 보면 길 하다. 길한 일을 하도록 인도하라는 가르침이다.

개부구족(開敷具足) 연꽃이 피면 필히 열매를 맺듯 꽃을 피우면 반드시 결과를 맺는다. 공덕을 많이 쌓아 공덕의 열매를 맺으라는 가르침이다.

성숙청정(成熟淸淨) 활짝 핀 연꽃을 보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포근해짐을 느낄 수 있다. 몸과 마음이 맑은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생이유상(生已有想) 연꽃은 싹부터 다른 꽃과 다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존경스러운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이글 접하고 연꽃 한 송이 마음속에 품으려다가 죽비 맞고 이내 멈춘다.

`비우라 했거늘. 버리라 했거늘. 품지 말고 그대로 연꽃이 되어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