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팬지꽃
팔방미인 팬지꽃
  • 이연 꽃차소믈리에
  • 승인 2024.05.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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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이연 꽃차소믈리에
이연 꽃차소믈리에

 

팬지꽃은 봄이면 공원이나 도로변 화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색깔도 곱고 다양하지만, 꽃잎의 무늬 또한 독특하고 마치 나비를 닮은 듯 해서 정겹다.

나는 가끔 무리 지어 피어있는 팬지꽃밭을 지날 때면 꽃잎을 관찰하며 노는 걸 좋아한다.

얼마 전에도 꽃집 노점에 나와 있는 팬지꽃 모종들 보느라 가던 길을 멈추고 쪼그려 앉았다.

여린 꽃잎들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마치 색색의 나비들이 고치에서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려는 몸짓 같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나비가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풍경을 눈을 감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눈부시고 아름답겠는가.

나는 꽃을 바라보며 꽃잎의 무늬들로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데 팬지꽃은 색깔마다 지닌 꽃말도 의미도 각각 달라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팬지꽃의 파란색은 평온과 신뢰를 상징하고 안정감을 준다.

빨간색은 열정적인 사랑과 용기를, 노란색은 행복과 친근함을 전달하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라색은 신비로움을 연상시키는 색상으로 우아함과 창의력을, 하얀색은 순수와 사려 깊은 사랑을 의미하며 평화와 순결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꽃말도, 꽃 색깔이 지닌 의미도 다양한 팬지꽃은 차로 덖어놓아도 맛과 향이 좋다.

어느 꽃인들 꽃차로 재탄생시키는 일이 쉬울까마는 팬지꽃 역시 다루기가 만만하지 않다.

나풀거리는 보드라운 꽃잎은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해야 하고, 뜨거운 팬에 올려 덖음을 할 때도 나무집게로 조심스레 뒤집어야 한다.

덖음을 끝낸 후에도 바스러질까 조심해서 병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유리 다관에 차를 우렸을 때 빛깔은 말해 무엇하랴.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신비롭다.

꽃차로서의 가치와 효능 또한 높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염과 신경안정 효과가 있으며,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플라보노이드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폴리페놀 함량은 채소와 과일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다.

무엇보다 팬지꽃은 생화로 샐러드나 꽃 비빔밥의 재료로도 손색이 없다. 팬지꽃은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팔방미인이다.

유리 다관에 꽃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여린 잎이 너울거린다.

잠시 후 숨을 고르는 듯 너울거리던 꽃잎이 멈춘다.

맑았던 찻물이 에메랄드빛으로 번져간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차 한 모금을 마신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 위에 나비가 날며 춤을 추고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비가 너울거리던 몸짓을 멈춘다.

꿈속에서 깨어난 듯 다관을 바라보니 에메랄드빛은 사라지고 탕 색이 노랗게 변해 있었다.

차를 우렸을 때 찻물이 우러난 색을 탕 색이라 하는데 팬지꽃차는 처음에는 초록색으로 우러나 점점 연두색으로 변했다가 마지막으로는 노란빛으로 변한다.

나는 팬지꽃을 우렸을 처음 우러난 에메랄드빛을 좋아한다. 인위적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색을 보고 있노라면 꽃밭에서 꽃을 보는 느낌과는 아주 딴판으로 다르다.

꽃차는 눈으로 먼저 마신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처음 우러나는 탕 색과 뜨거운 찻물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을 눈으로 마시며 늘 감탄하고 감동한다.

그리고 `한방 꽃차 소믈리에'가 되길 잘했다며 스스로 칭찬하기도 한다.

오늘도 팬지꽃을 우리며 여러 번 감탄하고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동하며 평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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