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이 충북 대표 브랜드(?)
못난이 농산물이 충북 대표 브랜드(?)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4.05.02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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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민선 8기 충북도가 출범 이후 못난이 농산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상표 등록과 함께 품목까지 확대하고 있다.

못난이농산물 사업이 시작된 것은 민선 8기 출범 첫 해인 지난 2022년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배추가 풍작이었고, 가격폭락으로 이어졌다. 배추값 폭락으로 생산비는 물론 인건비도 못 건질 상황에 처하자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했다.

농가에서는 수확을 포기한 배추를 갈아엎었다. 일부는 밭에 그대로 방치된 채 겨울을 날 수밖에 없었다. 그해 겨울 농촌 들녘 곳곳에 허옇게 마르고 삭은 배추가 즐비했다. 밭에 방치된 배추는 한파와 강설에 얼어붙거나 썩어가고 있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밭에 버려진 채 썩어가는 배추 활용안을 제시했다. 못난이 김치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버려진 배추를 상품화해 농가 소득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농산물을 제공하는 이중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사업 취지는 좋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못난이 농산물 마케팅과정에서 실추될 수 있는 지역농산물 이미지 훼손 걱정이 가장 컸다. 충북도는 기우(杞憂)라고 했다.

풍년으로 인한 과잉 생산, 우박 피해 등 자연재해라는 특수상황에서 발생하는 품목만을 취급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런 충북도가 못난이 김치 상표를 등록하고 품목을 확대 생산하는 등 본격적인 못난이 농산물 마케팅을 하고 있다.

최근 김영환 지사는 충북도의회 임시회에서 못난이 김치를 376톤에서 1000톤으로 확대 생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못난이 김치가 지역의 대표 브랜드, 대표 정책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일시적인 과잉 생산에 따른 잉여 농산물의 소비 촉진과 재해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겠다는 당초의 사업 취지가 무색해졌다. 기우에 불과하다고 했던 충북도가 이젠 지역의 대표브랜드로 내세우면서 못난이 농산물 마케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김 지사는 한술 더 떠서 중국산 김치와 경쟁하겠다고 했다.

못난이 김치가 국산 김치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은 충북도가 배추 수확 등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해결해 주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가 마케팅까지 도맡아 판매 일선에 나선 덕도 보고 있다.

국산 김치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 김 지사가 중국산 김치와 경쟁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힌 것이다.

국산에 비해 중국산은 제품에 따라서 2~4배 가량 저렴하다. 국산 원재료를 사용할 경우 중국산 김치의 가격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아무리 목표라 하더라도 현실성이 없다면 사업 구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특히 지자체가 직접 나서 농산물 생산 판매사업을 하는 것 자체도 부담스런 일인데 부작용까지 우려된다면 재검토해야 한다.

못난이 농산물 판매에 따른 지역농산물 이미지 훼손 우려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 간 지역농가의 고부가가치를 겨냥한 명품농산물 브랜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충북만 해도 음성군 등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들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고가판매를 위한 명품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도와야 할 충북도는 못난이 농산물을 대표브랜드로 앞세워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농업도인 충북도가 정품보다 비품 생산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민선 8기 대표 농업정책이 정말 못난이 농산물 생산 판매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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