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랜 친구 말(馬)의 죽음
인간의 오랜 친구 말(馬)의 죽음
  • 이윤용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 주임연구원
  • 승인 2023.06.11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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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문화유산의 이야기

최근 애견, 애묘 등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 있는 약 2,000만 가구 중에서 30%에 달하는 500여만 가구가 강아지, 고양이 등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이는 반려동물이 그만큼 우리에게 가깝고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고 표현하는데, 이를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해 화장(火葬)하고 장례식을 치르며 납골당에 안치하기도 한다. 이러한 매장문화는 인간이 동물과 생활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이루어졌으며, 그 흔적을 지금까지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부터 인간은 필요에 의하여 말, 소, 개, 돼지, 양 등을 가축, 농경, 수송 등을 목적으로 길들이며 함께 지냈다. 그 중 말(馬)은 인간의 대표적인 이동수단 중 하나이자, 마차를 통해 개인의 위상을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며, 기마경찰 등 군사용으로도 활용되기도 하였으며, 최근에는 경마, 승마 등 스포츠 및 관광용으로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연구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David W. Anthony의 『말, 바퀴, 언어』를 보면, 흑해-카스피 해 초원에서 말 길들이기의 최초 증거를 기원전 4,800년 이후부터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말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 지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말을 위하여 장례 등을 치렀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남아있을까?

청주시에 위치한 백제유물전시관은 신봉동고분군이 발겸됨에 따라 건립된 박물관이다. 청주 신봉동고분군에서는 무기류와 마구(馬具), 토기, 철기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 중 무기와 마구가 다량 출토되어 백제 전사(戰士)집단의 공동묘역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마구나 말뼈 등은 경주 쪽샘지구, 황남대총 등 많은 유적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고대에는 말을 기리기 위한다는 것보다는 피장자의 위상이나 성격 등을 보여주기 위하여 마구나 말뼈 등을 묻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조선시대에는 `충마총(忠馬塚)', `의마총(義馬塚)'이라 하여 주인에 대한 말의 충(忠)과 의(義)를 기리기 위해 고분, 비석 등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말무덤은 충청북도 제천을 비롯한 전라남도 강진, 곡성, 경상북도 성주 등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다고 한다.

그 중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에 위치한 김중명(金重明) 묘소를 가면 “공(公)께서 생전(生前)에 타시던 애마(愛馬)로 사후(死後)에 말이 죽음에 묻은 공(公)의 묘하(墓下)에 묻은 무덤이다”라는 비석이 있다. 말이 언제 죽어서 충마총(忠馬塚)이나 비석을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비석의 내용을 보면 주인과 말의 관계가 얼마나 애틋하여 말의 무덤을 따로 만들어주었는지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말(馬)은 오래전부터 우리 곁을 지키고, 따르고, 도와주었다. 고대에는 피장자를 과시하거나 어떤 인물이었는지 보여주기 위하여 말뼈나 마구 등을 묻기도 하였고, 그 후 조선시대에는 주인에 대한 충(忠)과 의(義)를 보여주는 말은 충마총, 의마총 등으로 따로 묻어주어 반려동물의 성격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말에 대한 신념의 변화가 매장문화에 반영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처럼 말(馬)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많은 일을 함께 하여 역사를 이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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