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74>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7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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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일본의 밀물과 썰물 신화
밀물·썰물 신화로 배우는 인내의 가치

절대로 보지 말라'… 금지된 것의 유혹
금기사항 어겼을 땐 참혹한 결과만이…
1896년, 일본 동북부 지방의 산리쿠 해안을 25∼35m 높이의 쓰나미가 덮쳤다. 이때 가옥 5만채가 파괴되고 주민 2만6000명이 몰살당했다. 먼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어부들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일본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빈번한 지역이라 쓰나미가 자주 발생한다. 쓰나미가 만들어낸 일본의 밀물과 썰물 신화는 우리에게 참고 기다리는 것의 참된 가치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곳의 밀물은 거의 8m 높이로 강의 입구에서부터 상류를 향해 수직으로 파동을 치며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올라옵니다." 중국의 치엔탕 강 근처에 사는 주민들의 말이다. 대개의 밀물과 썰물은 사람의 눈에 거의 표시나지 않게 서서히 밀려오거나 빠져나간다. 하지만, 세계 몇 몇 지역의 밀물은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캐나다의 펀디 만은 밀물 때 약 15m나 되는 거대한 바닷물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아마존 강의 밀물은 5m 높이에 12노트의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올라온다. 원주민들은 이 밀물을 '포로로카(pororoca)'라고 부른다.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니, 네가 쏜 화살은 무엇이든 맞출 수 있게 해 주겠다." 산(山)의 신은 사랑하는 아들 하우오리 왕자가 씩씩하게 자라는 것이 너무도 믿음직스러웠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태양 여신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사랑스러웠다. 사냥을 나간 왕자가 화살이 빗나가는 것에 실망해 하는 것을 본 산의 신은 아들에게 놀라운 능력을 주었다. "산의 신이 하우오리 왕자를 너무 편애합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장자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산을 다스리는 권세도 다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 빨리 해 치워야 합니다." 왕자의 이복형을 따르던 신하들은 형을 충동질했다. 형의 위협을 피해 하우오리 왕자는 바닷가로 도망쳤다. 무장을 한 형의 군사들이 포위망을 좁혀 왔지만 바다 외에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 바로 이때, 대나무로 만든 배에 해초와 조개껍질로 된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왕자님, 빨리 타세요. 저는 왕자님이 형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답니다." 왕자가 배에 올라타자 배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배가 해안에서 멀어지자 파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왕자가 탄 배는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빙빙 돌며 물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소용돌이를 따라 바다 밑까지 내려가자 거대한 궁전이 나타났다. ▲ 왕자가 두개의 구슬중 하나를 눔썹에 붙이자 갑자기 파도가 밀려 오더니 나무와 들과 집, 군사들을 단숨에 삼켜 버렸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 수정 같은 눈망울에 검고 긴 머리카락, 갸름한 얼굴, 진주로 만든 목걸이조차 그녀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가 없구나."

궁전 앞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본 왕자는 한눈에 반해 버렸다. 그녀는 바다 왕국을 다스리는 바다 신의 공주였다. 왕자는 바다 신에게 공주를 아내로 달라고 했다. 그녀와 결혼을 한 왕자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고 온 산의 푸른 하늘과 하얀 눈이 그리워졌다. 산에 사는 사람들도 보고 싶었다. 공주가 아이를 가졌다고 하자 왕자는 이제 땅위로 올라가서 아이를 낳고 살자고 공주를 설득했다.

   
▲ 엄청남 파괴자 '포로로카'
원주민언어로 '엄청난 파괴자'라는 뜻인 '포로로카'파도는 하루 두번씩 밀물때면 높이 수미터의 파고와 시속 30Km의 속도로 밀려 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그래요. 언제까지 바다속에서만 살 수는 없겠지요. 땅위에 가서 사는 대신 꼭 약속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물가에 작은 집을 짓고 가마우지 털로 지붕을 이어 놓으면 제가 필요한 때에 땅 위의 오두막에 올라가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는 절대로 제 얼굴을 보면 안 됩니다."

공주가 땅위로 올라간다고 하자 바다의 신은 사위에게 두 개의 구슬이 들어있는 상자를 주었다. 하나는 밀물을, 하나는 썰물을 지배하는 구슬이었다. 왕자가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형이 군사들을 이끌고 바닷가로 나왔다.

왕자가 두 개의 구슬 중 하나를 눈썹에 붙이자 갑자기 파도가 밀려오더니 나무와 들과 집, 군사들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언덕 위의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형을 향해 집채만한 밀물이 밀려들었다.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형은 잘못을 빌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왕자가 두 번째 구슬을 붙이자 바다가 잠잠해졌다. 일본에 밀물과 썰물이 생긴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산으로 올라간 왕자는 공주가 아이를 낳을 오두막을 지었다. 공주의 말대로 오두막의 지붕은 가마우지 털로 엮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물결치는 소리에 이어 바스락 걸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공주가 온 것이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공주는 산고(産苦)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공주의 비명소리를 듣다 못한 왕자가 창문을 통해 안을 엿보고 말았는데, 다음날 아침에 용 한 마리가 오두막에서 나와 바다로 미끄러져 가는 것이 보였다. 급히 오두막 안으로 뛰어 들어가 보니 사내아이 하나가 누워있었다.

많은 신화에는 '절대로 보지 말라'는 금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금기사항을 어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왕자도 보지 말라는 것을 어김으로 해서 사랑하는 공주를 잃었고, 공주마저도 불행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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