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으로 보는 우리고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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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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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숙골과 무터골
풍부한 물 흘러 계곡마다 맑은물 찰랑찰랑∼

신 제 인 <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분평동 주공아파트 2단지에 살면서 가끔 뒷내민대(내민대:베란다를 칭함)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 멀리 왼쪽 끝에는 구룡산 정상이 보이고 거기서 이어지는 산줄기중 하나는 오른쪽 매봉산을 거쳐 서원대로, 다른 하나는 청주교육대 뒤로 해서 남중 앞으로 뻗어 있다. 그 사이 계곡부에는 산남주공을 비롯해 많은 아파트들이 있고 아래쪽으로는 넓은 평지에 주택과 상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수곡동 지역을 한 눈에 보면서 떠오르는 지명들이 있으니 남들·숙골·무터골 등이다.
▲ 수곡동 전경 남들은 꽃다리 건너 교육대를 지나 충청북도 교육청 앞까지 이르던 넓은 지역으로 청주의 남쪽에 펼쳐져 있는 들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땅이 비옥하고 수리(水利)가 편리한 곡창지대였으나 지금은 택지로 개발되어 주택가로 변했다. 이때 구획정리를 통해 많은 길들이 만들어졌는데, 현재 교육대 맞은편에 있는 길들의 이름이 남들 1로, 남들 2로 하는 식으로 남들20로까지 있을 정도다. 그리고 또 다른 흔적은 남들약국, 남들다실, 남들유치원 그리고 갈비를 연탄불에 구워먹는 집으로 유명한 남들갈비 등이 있다. 산이 쑥 나온 형상하고 있어 청주지명유래에 '수곡동은 본래 청주군(淸州郡) 남주내면(南州內面)에 속해 있던 지역이다. 산이 쑥 나온 형상을 하고 있어서 '숙골' 또는 '수곡'이라 하였다고 한다. 1914년 일제(日帝)의 행정구역 통폐합 정책에 따라 산북리(山北里)라 명명하고 사주면(四州面)에 편입하였다. 산북리는 이 지역이 구룡산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63년 산북리를 청주시 수곡동(秀谷洞)에 편입하였고, 1992년에 산·미·분·수곡동에서 수곡동으로 분동되었으며, 1996년 수곡동을 1·2동으로 분동하였다'고 수곡동의 연혁을 소개하고 있다. 위 설명에서 '산이 쑥 나온 형상을 하고 있어서 숙골.'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도 청주남중 앞에 있는 누에머리산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즉 누에의 머리와 같은 모양을 한 잠두봉(蠶頭峰)이 남들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쑥 내민 골짜기에 자리잡은 마을'이어서 숙골, 쑥골, 수골이라는 이름이 유래하였다는 설이다. 여기에서 '숙골'은 '숙'과 '골'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는데 '골'은 '골짜기'의 뜻이나 '숙'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숙'을 '불쑥'의 '쑥'으로 보고 '숙골'을 '산이 불쑥 나온 골짜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곡동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해석보다는 물과 관련된 의견들이 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즉 '숙골'은 '수골'로부터 변한 어형이라는 것인데 '수골'에 'ㄱ'이 첨가된 것으로 '수골'의 '수'는 '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명지들을 보면 전국에 '수골'이라는 지명이 많은데 대부분 물과 관련되어 있으며 '골'이 한자로 '谷'이므로 '수골'을 한자화 한 지명이 '수곡'(水谷)이라는 것이다. 현재 수곡동의 '수곡'을 한자로는 '秀谷'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빼어난 경치의 계곡'이라는 뜻인데, '수곡'의 '수'는 같은 음이면서도 좋은 뜻으로 쓰인 '秀'가 아니고 '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수곡동은 지형적으로 보면 물이 풍부했던 동네임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여기저기 택지개발로 인해 옛 지형을 알 수 없으나 산줄기의 흐름을 보면 양쪽으로 산줄기가 감싸고 있는 계곡부가 포함된 곳이 바로 수곡동이다. 이처럼 계곡이 있다는 것은 물이 풍부한 곳을 의미하므로 '수곡'은 '秀谷'보다는 '水谷'이었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방죽이 많아 소풍장소로 애용 예전에 수곡동 지역에는 방죽들이 여러 개 있었다고 한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초등학생들의 소풍장소로 애용되었던 방죽들은 199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대규모 택지개발로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 '수곡저수지'라고도 불리던 '숙골방죽'이 있었는데, 지금의 한솔초등학교와 그 앞 도로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다가 매립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산남주공아파트가 들어선 이 일대 지역을 수골이라고 하였으며, 그 위에 마을을 무터골이라 한 것에서 물과 연관된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수곡2동 동사무소 옆에 있는 수곡초등학교 후문을 나오면 작은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경로당의 이름이 '무터골 경로당'이다. 복대동의 옛 이름을 살린 '짐대 경로당'과 같이 이곳도 수곡동의 옛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골목길의 이름들도 '무터 1로', '무터 2로' 등이다. '무터골'은 '무터'와 '골'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무터'는 '물터'에서 'ㄹ'이 탈락한 어형으로 '물이 있는 자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터'에 '골짜기'를 뜻하는 '골'이 붙은 어형이 '물터골' 즉 '무터골'이 된 것이다. 이는 '물이 많이 나는 자리가 있는 골짜기'로 골짜기에 마을이 들어서자 골짜기 이름이 마을 이름으로 사용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평소에 의아했던 것 중에 수곡동에 있는 주공아파트를 왜 '수곡주공'이라고 하지 않고 '산남주공'이라고 할까였다. 매봉산 남쪽에 있어서 산남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용암주공, 분평주공, 운천주공 하듯이 동네 이름을 앞에다 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남동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수곡2동 동사무소 홈페이지에서 단초를 찾을 수는 있다. 홈페이지 우리 동네 유래 및 연혁에 '숙골, 무터골에는 산남주공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옛마을을 찾아볼 수 없으며, 남부우회도로 신설로 인하여 용구지방죽을 중심으로 도로 동편 산남동지역 농경지를 수곡동으로 편입하여, 청주시가 공영개발사업으로 구획정리를 하여 신시가지로 변모되어 1996년 1월 5일 산남주공아파트 2, 4단지와 택지개발지구를 수곡제2동으로 분동하였다'고 나온다. ▲ 개발되기 전 수곡동 2동의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왼쪽 방죽옆 아파트 단지로 이어지는 도로는 법원과 연결되어지고, 오른쪽 큰도로는 충북고 앞 미평사거리와 연결된다.

홈페이지서 옛 모습 볼 수 있어

그리고 홈페이지 동네포토앨범에는 '수곡2동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있는데 방죽이 있던 모습과 매립하고 개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방죽이 있던 자리가 현재 수곡동 GS마트 일대의 택지개발지구다. 며칠전 자주 다니던 이곳을 관심을 갖고 둘러본 적이 있다. 평소에 못보던 골목길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방죽 말 1로'와 '방죽 말 2로'였다. 게다가 단골집인 '산남동 보릿골'도 맞은편에 있는 '숙골 숯불갈비'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수곡중학교 뒤편 공원에 앉아계신 할아버님들께 이곳에 방죽이 있었냐고 여쭈어보니 '숙골방죽이여!' '아녀! 용구지방죽이여!'하고 두 분이 다투는 것이었다. 두 분 말씀이 모두 맞다고 진정시켜 드리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슨 보석을 찾은 듯한 기분으로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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