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시인의 북한문학기
김창규시인의 북한문학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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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북한문학의 시인 리호근
소통과 공존의 언어로 분단의 상처 어루만져

서울발 평양행 차표팝니다

평양발 서울행 차표팝니다

서둘러요 따라서요 늦지 말아요

어서어서 통일차표 끊어야지요

분렬로 끊겼던 철길입니다

6·15로 이어낸 철길입니다

북악산도 우줄우줄 춤추며 오고

대동강도 차창가에 어려옵니다

분렬의 비극을 가셔버리며

통일의 기쁨을 싣고 갑니다

온 세상이 다 듣게 울리는 기적

삼천리에 통일조국 불러옵니다

아, 통일차표 통일차표는

6·15, 6·15선언입니다

- 통일차표 팝니다 -

(서시를 대신하여)

리호근 시인과 친해지게 된 것은 평양 비행장에서 부터였다. 북쪽의 조국반도에 비행기로 내려 평양공항 2층에서 생전 처음만나 굳세게 손을 잡고 인사를 했던 것이 인연의 끈이 되어 5박6일 평양에 있는 동안 고려호텔에서 자고 일어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북한 문학을 소개함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6·15 7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시들이 통일에 어떻게 복무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말하려 한다. 리호근 시집은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 기념하여 문학예술출판사 주체94(2005)년에 발행된 시집이다. 시집의 제목은 '통일차표 팝니다' 시집의 후기에 실려 있는 시인의 인사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창작의 밑거름이 된 '통일 열망'

'더는 쓰지 말아야 할 시, 그래도 쓰지 않을 수 없는 시' 이제 얼마후면 분렬사상 처음으로 민족작가대회가 열린다. 두말할것없이 이것은 6.15의 환희로운 산아이다. 민족통일려명의 한자락일 수 있는 이 경사스러운 민족작가대회를 맞으며 대회기념도서로 시집 한권을 낼 행운이 나에게 차례졌다. 대회기간까지 시간이 급박해진 만큼 이미 낸 시집들 중에서 편집내용상 해당된다고 보아지는 시들을 골라 묶어보니 편편 모두가 통일시들 뿐이다. 통속적으로 통일시라면 그것은 아름다움과 기쁨에 대한 노래이기 전에 성내고 단죄하고 주먹을 그러쥐는 시, 좀 더 넓혀 말하면 시집 갈피갈피에 거치른 숨소리가 슴배여있는 그런 시들이라 할 수 있겠다.

바로 그런 거치른 시들이 내가 써 낸 이십여권 가까운 내 시집들에 잠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자못 생각이 깊어진다. 륙십이 넘도록 시와 함게 인생풍랑을 헤쳐온 나날, 나라고 어찌 성실한 로동에 대해서, 꽃과 사랑에 대해서 시를 쓰고픈 생각 없었을 것이며, 권권이 펴낸 내 시집들에 들끓는 건설장의 웃음소리며 흥겨운 삽질소리, 흥치는 벼이삭의 설렘소리를 담고싶지 않았을 것이랴.

하지만 나는 우리시인들과 함께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그리고 2천년대며 그 이전 그 이후에도 줄곧 통일시만 써왔다. 이렇게 계속 지평없이 통일시만 지루하게 써야 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후세 앞에 너무도 부끄럽고 죄스러운 우리들이 아니겠는가. 이제 우리의 이 안타까움이 6·15로 하여 모조리 가셔지게 되었다. 우리는 미구에 내 나라, 내 땅에서 아이들에 대해, 집집의 창가에 흘러 넘치는 웃음소리에 대해 그리고 꽃과 달빛에 대해 노래하게 될것이다. 바로 그날을 위해 6·15공동선언 실천에서 전위작가가 되려는 일념을 안고 북남 그리고 해외 전체 작가들이 모여 개최하게 될 민족작가대회를 우리는 흥분과 격정속에서 지금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리호근 시에서 느껴지는 예언자적 숨결

6·15! 그것은 정녕 이 민족의 통일표대이며, 통일 기치이다. 6·15를 지켜나가는 길에 바로 우리의 상봉도 있고 오늘은 백두산에서, 래일은 제주도에서 마음껏 창작의 붓을 달릴 그런 행복도 있다. 그래서 나는 더는 쓰고 싶지 않은 시를 통일이 성취되는 그날까지에는 맹렬히 더 써야 한다는 사명감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며, 이렇게 군데군데 엉성한 나의 이 조촐한 시집도 그런대로 묶었음을 밝힌다.' 평양대동강 자택에서 필자.

시집을 받아든 나는 '김창규 선생님! 만남이 반가웠습니다. 저자. 리호근'이라고 친필로 써서 시집을 건네 준 그의 따뜻한 배려에 가슴이 뭉클했다. 남쪽의 수많은 시인들이 내게 준 시집보다도 북쪽의 시인 리호근 시인 자신의 시집을 받아가는 필자에게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김창규 시인도 남쪽에 가서 열심히 통일시를 쓰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웃는 그의 모습이 보고 싶다.

지난달 5월17일 끊겼던 철길이 이어졌고 남북의 철마는 기적소리를 내며 힘차게 남북을 오고갔다. 개성과 금강산에 기차가 달려간 것이다. 북쪽의 기차도 남쪽의 목적지를 다녀갔다. 리호근 시인의 이 시는 예언자적 숨결이 밝혀져 있었다. 얼마나 감동적인 시인가. 시인은 미래의 희망을 말하고 민중의 고난과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사람이다. 아무나 시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리호근 시인처럼 특별하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대동강 강물이 출렁이며 푸른 물 흘러가는 것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와 만난 것은 어쩌면 그보다 더 열심히 통일을 여는 시인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며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것이다.

평양을 갔다 왔다는 사람들이 이제 너무 많아졌다. 다녀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통일만이 이 민족의 살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함께 가고싶다'라는 리호근의 시를 한 편 더 읽어보자.

리호근 시집 한권을 다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의 내용에 체제를 홍보하거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시는 시집 전체에 손가락으로 몇 개 꼽을 정도다.

이 시집의 내용에는 임수경 전대협 학생, 문익환 목사, 문규현 신부의 이름이 등장한다. 연대별로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시들이 골고루 실려 있다. 평양에서 비행기를 타고 백두산에 가서 더 뜨겁게 만났다.

리호근 통일의 문을 여는 시인이다.

이 길을 우리 모두 함께 가고싶다

저 다도해기슭 수려한 한려수도를 보며

거기 제주도 서귀포를 지나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유채꽃도 굽어보고

또 경주 불국사에 들려 옛 종소리도 들어보며

이 길로 우리 모두 함께 가고싶다

옥구슬 고인 저 금강산 옥류동에서

시원스레 손발 씻고

거기 백두산에 올라 천고수림 굽어보며

량강 들쭉술에 거나하게 취해도 보며

이 길로 우리모두 함께 가고싶다

평양랭면맛에 서울깍두기맛도 보며

동서팔방 내 나라 삼천리 이 땅

45년 그 허구한 나날 우리 못 가본

내 땅 그 모든 곳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보고싶다

아, 가보싶다 우리모두 함께 가고싶다

가다가 밤이 되면 사리원 정방산에서 자든지

아니면 지금도 춘향 리도령이 있을듯 한

저 광한루 남원땅에서 자고

가다가 강계 산청맛도 보고

호남할머니 떠주시는 표주막샘물도 마셔보며

강계산청 호남샘물에 우리 입술 적셔질 때

이 날을 못 보고간 겨레들만은 잊지를 말자

그들과 더불어 진도아리랑 들으며 울어도 보고

그들과 더불어 봉산탈춤 보며 웃어도 보며

걸어걸어 그들의 몫까지 우리 함께 가려니

천지사방 삼천리 내 땅

그 어떤 수속도 절차도 없이 마음대로 다닐

아, 그 차표는 우리의 통일!

그 통일을 위해 오늘은 우리모두 함께 가자!

범민족대회가 펼쳐준 통일성전의 그 돌격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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